남편들이여! 앞치마 매고 부엌에서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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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욱, 편집부국장

가축의 정의. 야생동물과 달리 주인이 밥을 먹여 키우는 동물. 스스로 밥을 챙겨 먹지 못하기 때문에 주인이 밥을 챙겨주지 않으면 생존이 어렵다. 그러나 그 은혜를 알고 주인을 잘 따른다.

남편=부인이 밥을 챙겨 먹여 키우는 인간. 스스로 밥을 챙겨 먹지 못하므로 부인이 밥을 챙겨주지 않으면 생존이 어렵다. 하지만 그 은혜를 전혀 모르고 오히려 밥투정에 바쁘다.

가사노동=하루 종일 움직이게 하면서도 정작 본인은 놀고먹는다고 생각하게 하는 신비한 효과가 있는 중노동. 흔히 사랑의 노동이라고들 하지만 이는 대가가 없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몇 해 전 인터넷에 떠돌던 우스갯소리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가사노동에 대한 남편과 아내의 역할에 대해 날카롭게 꼬집으면서 쓴웃음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

지난주 민속 최대의 명절이 추석이 있었다. 추석 때면 단골로 등장하는 사회적 이슈가 가정주부들이 겪는 시댁과의 갈등, 남편과의 가사노동 분담 문제다.

우리나라 남성들의 평일 가사노동 시간은 18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며칠 전 2019여성가족패널조사에서 소개된 ‘남성의 가사노동과 배우자와의 관계만족도 영향 분석: 맞벌이부부를 중심으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아내의 평일 가사노동은 하루 평균 139.27분인데 반해 남편은 18.47분이었다. 남편의 가사량이 아내에 비해 8분의 1 수준이다.

이 분석은 맞벌이부부인 3231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가정에서 자신과 남편의 가사노동에 대해 응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주말에도 노동량 격차는 비슷한 수치를 보였다. 아내의 주말 가사노동 시간은 하루 평균 147.35분이었으나 남편은 30.27분에 그쳤다.

조사결과 남편의 가사노동이 배우자와의 관계 만족도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남성의 가사노동 양이 증가할수록 배우자와의 관계만족도가 높아지고 이 효과는 평일과 주말 모두 일관되게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식사준비, 설거지, 빨래, 청소, 쓰레기 분리배출 등. 매일 반복되는데다, 해도 큰 티도 안 나고, 안 하면 바로 티가 나는 집안일.

필자가 집에서 쉬는 휴일에 아내가 집안 청소를 부탁하고 출근했다. 청소가 왜 그리 귀찮은지. 부엌 밖 베란다에 있는 밀대에 물만 묻히고 마루 한쪽 벽에 세워뒀다.

‘청소한 후 청소 걸레를 제대로 치우지 않았네 라고 생각하겠지’하는 마음에.

처음 한 번은 이 잔꾀가 먹히더니 두 번째에서 들통나 크게 혼난적이 있다.

단순하고 사소한 것 같아도 집안일 때문에 갈등을 빚는 가정이 의외로 많다고 한다.

“엄마가 있어서 참 좋다 나를 돌봐 주니깐/ 냉장고가 있어서 참 좋다 나에게 먹을 것을 주어서/ 강아지가 있어서 참 좋다 나랑 놀아 주니깐/ 그런데 아빠는 왜 있는지 모르겠다.” 밖에서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 고군분투하지만 어린 아이의 눈에 비친 아빠의 존재감을 보여주는 동시(童詩)다.

생계 담당으로 가장의 책임을 다하고 있는 것이라고 믿고 집안일을 거들떠보지 않는다면 자연스럽게 소외될 수밖에 없다.

누워서 TV만 보거나, 하루 종일 잠만 자는 아빠의 모습은 아이들 교육에도 좋지 않다. 나태한 생활을 가르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소개한 조사결과처럼 여러 연구 결과 가족이 균형 있게 역할을 분담하는 가정일수록 삶에 더 큰 만족을 느낀다고 한다.

행복한 가정일수록 남편이 가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것이다.

남편들이여! 몸은 피곤해도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을 위해 앞치마 끈을 질끈 동여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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