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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에 관한 한 매우 호전적이요, 공격적이다. 부시 행정부는 제2차 이라크 결의안을 유엔(국제연합)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해 놓고는 회원국의 지지가 있던 없던 미.영(美.英)만으로 공격할 수 있다고 큰소리 치고 있다. 17일을 시한으로 이라크에 최후 통첩한 것도 그들의 호전성과 유엔에 대한 고자세를 잘 말해 주고 있다.

심지어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도 “만약 영국이 미국의 대이라크 군사행동에 동참하지 말라는 국내 압력에 굴복한다면 미국은 영국 없이도 이라크전을 치를 계획”이라고 호언장담했을 정도다.

만약 앞으로 안보리에서 이라크 결의안이 지지를 받지 못했음에도 미국이 이를 무시, 독자적으로 전쟁을 일으킨다면 그것은 미국의 실책임과 동시에 유엔의 위기일 수도 있다. 유엔의 존립가치가 의심받게 될 테니까 말이다.

유엔의 전신(前身)인 국제연맹이 실패한 원인(遠因)의 일부도 이 기구 창설을 제창했던 미국 쪽에 있었다. 국제연맹 규약이 포함된 베르사유 조약을 미국의회가 승인해 주지 않음으로써 가입이 안 되었기 때문이다.

국제연맹의 정신과 재산을 승계해서 창설된 유엔은 58년 역사를 이어오면서 나름대로 세계평화 등에 기여해 왔다. 6.25 한국전쟁 때 한반도 적화를 막은 것도 유엔군이었다.

이러한 활동의 기저(基底)에는 유엔 헌장이라는 훌륭한 정신이 자리잡고 있다. 헌장은 우선 유엔의 목적이 “국제평화와 안전의 유지에 있음”을 밝히고 있다. 그리고 “회원국들의 주권 평등을 바탕으로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모색하며, 유엔의 목적에 반하는 무력 위협 및 사용을 금지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안보리의 지지가 없더라도 미국 독자적으로 이라크를 공격하겠다는 부시 대통령의 주장이 유엔 헌장의 정신에 부합한 것인지는 모르나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다. 그렇기에 코피 아난 사무총장이 부시에게 유엔을 모독하지 말라고 쏘아붙인 것이 아니겠는가.

어쨌거나 이라크 문제로 유엔이 분열 조짐을 보이는 것은 바람직지 않다. 또다시 유엔이 위기를 맞는다면 그 책임의 일부는 부시가 져야 한다. 미국의 전 대통령이었던 아버지 부시도 아들 부시 대통령에게 “명분없는 전쟁은 중동 평화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충고하고 있다. 이 말은 80세 아버지가 60세 아들에게 “차 조심하라”는 얘기와는 전혀 다르다는 점을 깨닫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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