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탓에 황토바다로 변한 마늘밭…‘망연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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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미탁’ 퍼부은 물폭탄에 폐작 위기
성산·표선 월동무도 피해 커
“가을태풍 3개는 평생 처음…하늘이 무너져”
서귀포시 대정읍 영락리에서 김기문씨(70)가 2일 오전 침수된 자신의 마늘밭을 바라보며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서귀포시 대정읍 영락리에서 김기문씨(70)가 2일 오전 침수된 자신의 마늘밭을 바라보며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맥이 풀려 밥 먹을 힘도 없어…앞 일이 막막해 요즘은 살 맛이 안나.”

2일 오전 제주 최대의 마늘 주산지인 서귀포시 대정읍 영락리의 한 마늘밭.

전날 밤부터 이날 새벽까지 제18호 태풍 ‘미탁’이 몰고온 ‘물폭탄’에 황토빛 바다로 변해버린 농지를 바라보던 김기문씨(70)는 먹구름이 잔뜩 낀 하늘만 바라보며 한숨만 내쉬었다.

지난달 19일 파종이 끝난 마늘밭 4900㎡이 하룻밤 사이에 침수되는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김씨에게는 올 가을에만 3차례 불어닥친 태풍이 야속하기만 하다.

김씨는 지난달 6일 제주를 강타한 태풍 ‘링링’이 지나가자 더 이상 태풍이 없을 것으로 생각하고 같은달 19일 마늘을 파종했다. 불행하게도 김씨의 예측은 정확히 빗나갔다.

마늘 파종이 끝난 사흘 뒤 제17호 태풍 ‘타파’가 몰고 온 폭우로 마늘밭이 침수됐기 때문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당시 종자가 발아되지 않은 상태였기에 일주일 만에 고인 물이 빠지면서 고비를 넘겼다.

종자가 썩지 않아 사후관리만 잘 한다면 내년 수확량에는 문제가 없는 상태였기에 김씨는 거름을 주는 등 연일 마늘 농사에 구슬땀을 흘렸다.

이처럼 애지중지 관리하던 마늘밭이 하룻밤 사이에 또다시 물에 잠겨버리는 날벼락을 맞은 것이다.

황토빛 물이 가득찬 마늘밭을 가리티던 김씨는 “종자가 발아된 상태에서 밭이 침수됐기 때문에 4~5일 후 물이 빠지더라도 마늘이 썩어버린다”고 말했다.

김씨는 “평생 농사를 지었지만 가을 태풍이 3회 연이어 몰아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정말로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홍신표 영락리장은 “마늘과 양배추, 브로콜리 등을 심은 농지 곳곳이 침수되면서 올해 농사를 망쳤다는 목소리가 마을 곳곳에서 들리고 있다”고 걱정했다.

홍 이장은 “마을 안에 상습적으로 침수되는 농지가 많은 편이라 서귀포시에 저류지를 조성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데도 돌아오는 답변이 없어 답답한 심경”이라고 말했다.

가을장마와 함께 잇따라 불어닥친 태풍으로 인해 서귀포시 성산읍과 표선면지역 월동무 농가들의 걱정도 태산이다.

강동만 제주월동무생산자협의회 회장은 “8월부터 이어진 가을장마에 이어 폭우를 동반한 태풍이 수차례 제주를 휩쓸면서 월동무 파종이 지연됐고, 곳곳에서 침수 피해를 입었다”며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수확 시 상품성이 크게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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