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장관이 드디어 사퇴했다. 취임 35일 만이다.
대한민국을 갈등과 분열 속으로 몰아놓고 자연인으로 돌아간 것이다. 조국 장관을 물러나게 한 것은 결국 민심이었다. 10월 3일과 9일 조국 장관 사퇴를 요구하는 대규모 광화문 집회가 결정적 요인이 됐다. 중도층의 민심 이반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을 것이다.
▲YTN 의뢰로 지난 7~8일과 10~11일 리얼미터가 전국 19세 이상 성인 2502명으로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0%) 결과를 보면 정부와 집권 여당에 대한 중도층의 지지 변화가 눈에 띈다. 민주당(35.3%)과 한국당(34.4%)의 지지율 격차가 0.9% 포인트에 불과한 것이다. 오차 범위 내에서 접전을 보인 것이다. 특히 중도층은 10월 2주차 조사에서 한국당 지지율이 33,8%로 민주당 지지율 28.5%보다 앞섰다는 언론보도도 나왔다.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 중도층의 여당 지지율이 두 달 사이에 11.9%나 빠졌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내년 총선을 6개월 앞두고 민주당에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박지원 의원(대안정치연대)은 일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조국 사태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는 것에 대해 “조국 법무부장관에게 ‘그만두라’고 하면 내년 총선 때 민주당 경선에서 지고, 말하지 않으면 본선에서 지기 때문”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조국 장관이 자진 사퇴 후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전국 성인 502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잘한 결정’이라는 긍정 평가가 62.6%로 ‘잘못한 결정’이라는 부정 평가 28.6%보다 두 배 정도 높았다.
▲지난 2016년 대학교수들은 올해의 성어로 ‘군주민수(君主民水)’를 선정한 바 있다.
군주민수는 순자의 왕제(王制)편에 나오는 말로 ‘군자주야 서인자수야(君者舟也 庶人者水也) 수즉재주 수즉복주(水則載舟 水則覆舟)’를 줄인 말이다. ‘임금은 배, 백성은 물로,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촛불민심을 반영한 것이다.
당시의 촛불이 지난 3일과 9일 광화문에서 다시 불 타 올랐다.
물론 조국 장관을 지지하고 검찰 개혁을 촉구하는 촛불집회도 서초동에서 수차례 열렸고 국론은 양분됐다. 어떻든 조국 장관의 자진 사퇴가 갈라진 상처를 보듬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김승종, 서귀포지사장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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