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항산(無恒産)이면 무항심(無恒心)이다
무항산(無恒産)이면 무항심(無恒心)이다
  • 제주신보
  • 승인 2019.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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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구, 시인·수필가·前 애월문학회장

맹자가 등나라 문공에게 왕도정치를 설명하면서 그 첫걸음은 백성들의 의식주를 만족하게 해주는 데 있다고 했다. 제 아무리 인의(仁義)니 도덕을 강조한들 백성들이 굶주리고 있다면 사상누각에 불과할 뿐이다. 그래서 무항산(無恒産)이며 무항심(無恒心)이라고 했다. 일정한 소득이 없으면 일정한 마음도 없다는 뜻이다. 우리 속담에 ‘쌀독에서 인심난다’또 ‘사흘 굶어서 도둑 안 되는 자 없다’는 말도 있다. 가장은 부모를 섬기고 가족을 부양할 수 있어야 한다. 나라를 다스리는 일은 민생에 있다. 그게 국가 최고통치자의 공통적인 책무다. 최저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일자리를 만들어줘야 한다. 군주시대나 민주시대나 변치 않는 공통의 가치다.

그런데 그러기가 어렵다. 지금 대한민국은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을 못하는 청년들이 수두룩하다. 부자(父子)가 함께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이중실업의 시대다. 중장년의 노후대책은 위험할 정도다. 사람답게 살려면 일자리가 있어야 한다. 나라를 다스리는데 국민들의 경제생활 안정은 그 만큼 중요하다. ‘베이비붐’(1955∼1963년생) 세대는 이미 5060 신(新)중년이 됐다. 하지만 각종 복지 정책 등에서 상대적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 과거에 비해 경제 활동의 기간은 현저히 줄어든 반면 수명은 20년 이상 길어졌다. 은퇴 후 부부가 같이 보내는 시간이 30∼40년으로, 고령층 빈곤율이 높아 노후대책이 문제다. 그래서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다.

맹자는 일자리 창출은 국가 최고통치자의 중요 책무로 규정했다. 일자리가 백성에게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한다고 봤다. 그래서 군주에게 끊임없이 일자리를 만들어 내도록 조언했다. 하지만 군주시대와 달라야 한다. 철학은 같아도 방법은 달라야 한다. 정부가 직접 일자리를 만들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대신 기업이 주연을 맡아 일자리를 창출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그게 세금으로 일자리를 해결하는 우를 범하지 않는 길이다.

대한민국 경제는 그동안 상당히 망가졌다. 중소기업은 물론 소상공인들까지 어렵지 않은 사람들이 없다. 일반 가정도 마찬가지다. 요즘은 대기업조차 바라보기 불안하다. 들려오는 소식들은 온통 부정적인 전망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소득주도성장으로 돈이 풀렸다고 한다. 일반 국민들은 전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되레 더 이상 허리띠를 졸라 매기 어려운 지경이다. 대한민국은 계층 상승의 사다리가 사라지고 비정상적인 경제구조로 자꾸 빠지는 듯한 느낌이다.

먹고사는 문제 경제를 살려야 한다. 비정상적인 경제구조를 바로 잡아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됐다. 그런데 근로자들의 모습이 행복하지 않다. 오히려 수입이 줄어들면서 더 힘들어하고 있다. 대기업도 살리고 중소기업도 살려야 한다. 그래야 청년 일자리가 만들어져 경제가 순환한다.

국민 모두가 똘똘 뭉친 단합 된 힘 없이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긴 어렵다. 진보, 보수 또는 개혁, 반개혁으로 편을 가르지 말고 탕평의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대통령은 정치나 경제를 탕평에서 답을 찾고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