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야 할 습관
버려야 할 습관
  • 제주신보
  • 승인 2019.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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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봉, 환경운동가·수필가

문학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가는 길이다. 대형 버스가 20명을 한가롭게 태우고 달린다. 문우들은 오랜만의 뭍 나들이에 이야기꽃을 피운다. 가는 길에 계룡산엘 들러 산사를 둘러보기로 했다.

그곳엔 주차장마다 차가 가득하고 붐비는 사람들로 길을 메웠다. 우리 일행도 그 대열에 합류 했다.

점심때가 되었으니 밥부터 먹자고 한다. 이른 새벽에 먼 길 떠나느라 소홀했던 조반으로 시장하다. 식당으로 들어가 앉으니 푸짐하게 내온 두부버섯전골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반찬도 가짓수가 많지만, 양도 넉넉하여 배고픈 우리의 기분을 흡족하게 했다.

배불리 먹었다. 더덕 막걸릿잔을 부딪치며 건배도 했다. 남길 것 같은 음식이 아까워 또 젓가락이 오가니 모두가 과식이다. 그래도 적잖이 남은 음식을 바라보노라니 아깝다.

먹고 난 자리엔 버려야 할 음식물쓰레기가 수북이 쌓였다. 이렇게 버려지는 음식물로 해마다 골치를 앓는데. 우리는 푸짐한 걸 좋아하는 식성을 버리지 못하는 게 습관이 되었다.

음식물쓰레기 처리 비용만도 1년 예산이 1조 원을 넘는다고 한다. 무지인지, 부자 나라여서 그러는지. 처리 비용만의 문제가 아니다. 수질 오염에 토양 오염, 악취로 인한 대기 오염까지 심각하다.

사람들은 너나없이 쓰레기 처리장이 혐오 시설이라며 살고 있는 근처에 들어서는 걸 막는다. 때론 전쟁처럼 들고 일어선다. 이미 들어선 하수종말처리장도 잇단 민원으로 골치를 앓는다. 그러는 사람들도 그걸 버리면서.

음식물쓰레기가 식량 자원으로 환산하면 20조 원 이상의 경제 가치라 한다. 하루 버려지는 양이 1만2000t이라 하니 가히 음식물 쓰레기 천국이라 하겠다. 바꿀 수 없는 걸까, 줄일 수 없는 걸까.

음식물쓰레기는 버리는 것도 고역이다. 무더운 날씨엔 더욱더 그렇다. 만찬을 즐겼던 것을 아침에 처리하려면 시큼한 냄새를 맡아야 한다. 길을 걷다가 클린하우스를 지날 때도 역겹다. 하수관 맨홀 위를 지날 땐 오만상을 찌푸려야 한다. 쓰레기 처리장에 조사를 하러 갔더니 머리가 지끈거렸었다.

수거된 음식물쓰레기는 가축 사료로 가공되고 퇴비로 만들어진다고 하지만 문제가 많다. 염도가 높고, 상한 음식이 섞이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사료로 키우는 가축이 과연 위생적일 것인가.

음식물쓰레기를 별도로 수거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라 한다. 한국인의 푸짐한 식생활 습관이 건강, 환경, 경제를 망치고 있음이 개탄스럽다.

견학차 일본 열도를 8일간 돌아다닌 적이 있다. 식사마다 푸짐하게 내온 건 단 한번도 없었다. 반찬도 두세 가지에 두어 번 집어 먹을 양이 전부다. 필요하면 돈을 더 지불하고 주문을 해야 했다. 잔반이 생길 리가 없다. 비록 적대시하는 나라지만 그것만은 배웠으면 좋겠다.

문학동호회, 동창회, 각종 행사가 끝난 자리엔 음식물 쓰레기로 넘친다. 음식을 주문해도 먹다 남을 만큼 많은 양을 시킨다. 그게 끝이 아니다. 배부르게 먹고 나서 다시 찻집이나 맥줏집에 가 입가심하는 것도 흔하다. 왜 그리 먹어 댈까, 고혈압, 당뇨, 순환기 질환이 급속히 늘어나는 데도 한 몫 할 것인데.

아직 우린 배고픈 시절에 머물러 있는 걸까, 요식업종이 우리나라만큼 많은 나라가 없다 하듯이 이곳도 줄줄이 어깨를 맞대고 들어선 게 식당이다. 의식 전환이 필요한 때다. 좋지 않은 습관은 버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