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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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신보
  • 승인 2019.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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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주 수필가

은빛으로 반짝이는 억새꽃들이 한창이다. 한때, 푸르고 싱싱했던 나뭇잎들은 마른 종잇장처럼 바스락거리며 떨어지기 시작했다. 겨울이 오기 전 가지에서 분리해야만 나무가 버틸 수 있음을 알고 스스로 은퇴하는 계절이다.

사람들이 산에 오르내릴 때마다 옷 속에 숨는 도깨비 풀이 있다. 삼지창처럼 생겨 한번 꽂히면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 자신의 종족번식을 위한 구조이자 본능이다. 귀찮은 잡초로만 여겼는데 한약재로 쓰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세상에 쓸모없는 존재는 하나도 없다더니 그 말을 일깨워주는 풀이다.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면서 약초로 되돌리는 도깨비 풀의 삶. 알고 보면 우리는 모두 상생관계다.

신문이나 방송에서는 매일같이 다양한 기사로 혼란스럽다. 너무 복잡하여 때론 귀를 막고 때론 눈을 감고 싶을 정도다. 어느 날, 굵은 활자로, ‘브라질 아마존 화재 두 달째 꺼지지 않는다’라는 제목의 강렬한 메시지가 눈에 띄었다. 거대한 아마존이 불타고 있다니 가슴 철렁했다. 그곳에 서식하는 식물들은 물론 동물들까지 죽고 사라졌을 것이 아닌가. 그뿐이랴. 생태계가 파괴되고 균형이 깨지면서 우리의 숨통도 조여 올 것이기 때문이다.

화재로 인한 피해는 대략 420만개의 축구경기장 넓이라고 한다.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타버렸으니 안타까운 심정이다. 화재가 난 원인은 초목을 베어내고 소를 키워 수익을 얻겠다는 정부의 욕심 때문이란다. 나무를 자르고 태우는 과정에서 그곳의 건기와 맞물렸던 것이다. 지난해 화재로 땅이 채 식지 않은 상태에서 낙엽들이 쌓여 뜨거워지는 시기에 부채질을 한 셈이다. 자연발생적이든, 인간의 욕심이든 아마존이 이렇게 사라져간다면 지금의 기후 변화보다 훨씬 심각해질 수 있다는 예측이다. 국제환경보호단체에서는 그곳을 지키자는 목소리가 높아 가고 있다.

잎꾼개미라는 곤충이 있다. 식물의 잎을 순식간에 입으로 베어 버리는 굉장한 파괴자다. 그들이 밭을 유린하기 시작하면 땅을 완전히 뒤엎어 버린단다. 두개의 얼굴로 지상에서는 땅을 엎는 파괴자요 지하에서는 또 버섯을 기르는 생산자다. 버섯을 먹고 남은 찌꺼기들을 다시 퇴비로 만드는 데 그 역할은 지렁이 몫이다. 삼키고 뱉는 과정에서 다시 흙을 살리는 순환작용. 한쪽에서는 파괴하고 한쪽에서는 창조하고, 플러스와 마이너스가 공존하는 게 그들의 세계다. 인간의 사이클링은 제대로 되고 있는지. 물음표를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자연에게 무엇을 돌려줄 것인가.

우리와 관계없는 존재는 세상에 하나도 없다. 아무리 먼 브라질 아마존에서 불이 났다 하더라도 그 피해는 돌고 돌아 우리에게 온다. 하늘과 바다를 공유하고 있는 이상 너의 문제는 곧 우리의 문제다. 스웨덴의 ‘그레타 툰베리’라는 16세 소녀는 국제환경운동가다. 그녀가 아홉 살 무렵, 기후변화를 처음 배울 때 지구온난화로 북극곰이 죽어간다는 말을 들었다. ‘이대로 가다간 우리의 미래가 없어질 것이 분명해. 정치인들을 향해 온실가스 감축 요청을 해야겠다.’ 혼자 피켓을 들고 거리에 나온 지 1년. 그녀의 작은 행동이 또래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지금은 전 세계 200만 명 이상의 학생들이 ‘금요일은 학교가지 않는 날’로 정해 시위를 하고 있다지 않는가. 우리가 함께할 세상을 이끌어갈 미래의 주인공들. 그들의 나비효과로 내일 아침 태양도 밝게 떠오를 것을 확신한다. 우리가 사람답게 사는 것은 세상을 품은 따뜻한 마음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