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은 고달프다
농민들은 고달프다
  • 제주신보
  • 승인 2019.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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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기 경제부장

감귤 가격이 좀처럼 오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6일 기준으로 전국 9대 도매시장에서 거래된 감귤 가격은 5㎏ 기준으로 평균 6000원으로 1년 전 같은 날보다 2500원 낮았다.

올해 유독 많이 찾아온 폭우와 태풍으로 월동무, 감자, 당근, 양배추 등 대부분 밭작물 작황도 좋지 않아 농가들의 걱정이 태산이다.

최근 정부가 앞으로 진행되는 세계무역기구(WTO) 협상에서 개발도상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기로 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정부의 입장에 변화가 없을 경우 향후 수입 농산물에 대한 관세율이 더욱 낮아지거나 일부 품목은 무관세가 적용되고 1차산업에 대한 정부 지원금도 끊기거나 대폭 줄어든다.

이처럼 1차산업 환경이 점점 열악해지는 상황에서 최근 한국전력공사가 전기요금체계 개편을 공식화하면서 농사용 전기요금 인상을 걱정하는 농민들의 속은 말이 아니다.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이 최근 국정감사에서 11월까지 필수사용량 보장공제 제도 개선 방안, 계시별 요금제 등을 포함한 합리적 전기요금 개편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한전은 올해 초에도 국회 에너지특별위원회 등에 낸 ‘전기요금체계 개편 설명자료’를 통해 산업용·주택용·농사용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농업계의 반발로 전기요금 인상안에 대한 논의가 잠잠했다가 최근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며 농가들이 촉각을 세우고 있다.

한전의 전기요금 체계는 주택용, 일반용, 교육용, 산업용, 농사용 등 용도별로 차등 부과되고 있다.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농사용 전기요금 단가는 1㎾h당 47원으로 산업용(106원), 주택용(107원)의 절반을 밑돈다.

한전은 영세농을 지원하기 위한 ‘농사용’이 도입 취지와 달리 대기업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고 있다는 점을 들고 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지난해에 이어 올 상반기에도 발생한 대규모 영업적자를 만회하려는 목적이 크다.

일부 대기업이 농사용 전기요금으로 혜택을 보는 문제는 제도를 보완하면 될 일이다.

농업용 전기요금체계 내에서 농업 분야로 진출한 대기업과 농민을 구분하기 위한 별도의 요금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한전의 전기요금 개편안 수립에 앞서 요금 인상 시 피해가 예상되는 농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합리적인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정부가 향후 이뤄지는 WTO 협상에서 개발도상국 지위를 주장하지 않기로 하는 등 농업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악회되는 가운데 농사용 전기요금이 인상될 경우 농업 경영비 증가로 이어지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농사용 전기요금은 애초부터 경쟁력이 취약한 농민을 보호하고 1차산업을 살리자는 취지가 반영된 것이다.

농민들은 시설하우스를 원격으로 관리하는 스마트팜 사업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농사용 전기요금이 오를 경우 생산 단가가 오르면서 수입 농산물이 늘어나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영업 적자를 만회하기 위해 농사용 전기요금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릴 게 아니라 농민들이 피해를 보지 않는 선에서 요금체계를 만드는 등 제도 보완이 우선이다.

이래저래 농민들은 고달프다.

태풍, 폭우, 가뭄이야 자연적인 현상이라 어쩔수 없다고 하지만 전기요금은 국가 차원에서 관심만 두면 얼마든지 조정이 가능한 일이다.

농민들은 전기요금 걱정 없이 맘 놓고 농사를 지을 수 있기를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