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귀가 캠페인
미군 귀가 캠페인
  • 제주신보
  • 승인 2019.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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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수, 한국사회과학연구회 이사장/논설위원

어떤 동네에서 집안사람끼리 싸움을 벌였다. 그 와중에 불이 일어났다. 다른 동네에 있던 소방서원은 망설이지 않고 살수차를 끌고 와 불을 껐다. 고마운 일이었다. 진화과정에 소방서원이 희생되기도 했다. 큰 불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에 일어났다. 소방서원이 그 동네에서 철수하지 않고 진을 치고 눌러 앉아 버린 것이었다. 우리나라와 제주섬 사람들이 처해 있는 현실은 이런 비유가 사실임을 느끼게 한다.

일본은 진주만을 기습 공격했다. 미국은 태평양전쟁에서 승리했고, 일본은 패배했다. 이때부터 미국은 세계 경찰을 자처하며 남한을 점령했다. 미국은 전쟁이 아니면 존립할 수 없을 만큼 호전성을 자랑하는 전쟁국가로 우뚝 군림했다. 미국은 그때마다 미군이 주둔한 국가와 미군의 지위에 관한 협정을 맺었다. 한국은 한국전쟁이 일어나자마자 임시 수도에서 주한미군의 법적 지위와 형사 재판 관할권에 관한 사항을 규정한 각서 교환 형식으로 한미간 ‘대전협정’을 맺었고 전쟁종식도 못한 상태에서 정전협정 체결뒤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맺었다. 이 방위조약 제4조에 의한 시설과 구역 및 한국에서의 미합중국 군대의 지위에 관한 협정을 맺었다.

이 한미주둔군지위협정에 따라 “합중국은 상호방위조약 제4조에 따라 대한민국안의 시설과 구역의 사용을 공여받는다.” 말하자면 미국은 그들의 필요에 따라 한국 시설과 구역을 사용할 수 있다. 미군은 제주해군기지뿐만 아니라 다수도민이 반대하여 신설이 불확실한 ‘제주제2공항’도 임의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전쟁과 휴전 당시엔 미군을 위한 양보와 선처가 어쩔 수 없었다고 치자. 그러나 지금은 냉전도 끝났고 새로운 평화 시대로 전환하는 시점이다.

환경부는 강정마을을 환경생태마을로 지정했었다. 과거 김태환 제주도지사는 그런 평화·생명 공동체를 두 동강내어버리는 비극사태를 일어나게 만들었다. 한나라당 제주도의회 의원들은 절대보전지역을 해제함으로써 강정바다는 돌이킬 수 없는 환경오염 바다로 돌변하고 말았다.

그리고 한국해군은 번번히 마을주민과 제주도민을 속이고 기만했다. 해군은 이 군항을 한국해군만 사용한다고 했으나 군항이 완공된 뒤 곧바로 미군 잠수함과 스텔스함정이 입항했다. 태풍경보만 발령해도 한국군함은 다른 항구로 피항을 가 버렸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이 해군기지는 비경제적이며 반사회적이며 비민주적 군항임을 잘 보여준다. 무엇보다 이 군항은 시간이 지날수록 미군의 중국 견제·감시·타격용 태평양 전략의 일환이라는 게 분명해 지고 있다. 그러니 주한미군의 주둔지위에 대해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

다른 동네에 일어난 화재를 진압하러 왔던 소방수는 불이 꺼진 다음에 제 자리로 돌아간다. 그게 정상이요 순리이듯이 주한미군들도 이제는 제 고향 제 집으로 되돌아가는 게 옳다. 이미 세상이 달라졌다. 미군의 주둔규모와 주둔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미군은 스스로 귀가하는 게 맞다.

제주특별자치도는 비무장 세계평화의 섬이다. 더 이상 분쟁의 씨앗이 되거나 거래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지속가능한 제주섬으로 재탄생하기 위해 제주사람들은 이 보물섬이 처한 이 황당하고 어이없는 현실을 직시하고, 제2공항 신설을 강행하는 제주도지사의 무모함과 막가파식 횡포에 대해 불만과 불편, 불안을 하소연하고 호소하고 주장해야 마땅할 것이다. 민폐만 끼치는 도지사도 지위에 대해 다시 생각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