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과 오로라
잠과 오로라
  • 제주신보
  • 승인 2019.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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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방영. 시인/논설위원

우리의 잠은 아기 때는 짧고 불규칙하지만 자라면서 길고 깊어지며, 늙으면 또 복잡해진다. 그러나 어느 정도의 수면장애는 누구든지 겪으며, 집중력과 면역력을 새롭게 하고 생명을 유지하게 해주는 잠의 효력은 누구에게나 절실하다.

또한 잠든 사이에 우리의 뇌는 낮 동안 수집한 기억을 저장하면서 불필요하거나 해로운 기억들은 골라서 버린다고 하니 심리적 건강의 바탕도 잠에서 비롯되고 있다.

잠에 관해서 말할 때는 빠른 눈 동작(Rapid Eye Movement)이 있는(REM) 잠과 그것이 없는(non-REM) 잠으로 구분하는데, 빠른 눈 동작이 있는 잠은 전체 수면의 25정도이고, 나머지는 그것이 없는 깊은 수면이라고 한다.

빠른 눈 동작이 있는 잠을 잘 때는 몸이 활성화되어 자율신경계의 활동이 증가한다니 우리 몸 상태는 깨어있는 것과 같다. 눈 동작 없는 깊은 잠에 들면 뇌파가 느려지는 단계가 나타나는데, 이때에 신경세포의 활동이 뜸해지면서 뇌에서 혈액이 많이 빠져나가고 대신 뇌척수액이 흘러들어 뇌에 있는 독소를 씻어낸다고 알려져 있다.

이런저런 현상을 보면 잠이 뇌파로 하여금 우산처럼 장벽을 치고, 모든 소음과 자극은 물론 걱정과 고통까지 차단시켜 잠든 사람을 보호하도록 하고 있다. 그래서 자는 동안 몸과 마음이 정리되고 새로워져 다시 깨어나는 재생의 단계가 마련된다. 그리고 넓게 보면 지구에도 이와 같은 거대한 뇌파와 보호 장치가 있지 않은가 한다.

먼저 지구의 자전으로 낮과 밤의 조화 속에서 생명체들은 활동과 휴식을 누린다. 또한 생명이 자라도록 열과 빛을 주는 태양이 때로는 생명체에 치명적인 태양풍과 방사선을 보내기도 하는데, 지구는 이를 대기와 자기로 방어하면서 자장을 이용해 무해하게 바꾼다는 것이다.

즉 태양풍에서 나온 전기를 띤 알갱이가 대기층에 들어오면 지구 자기장으로 인해 이들은 남극과 북극으로 흘러들면서 독소가 없어지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입자들은 산소, 질소 분자와 충돌하면서 빛을 내고, 이런 빛이 극광 또는 오로라이니, 결국 오로라는 지구 방어막이 작동되고 있는 신호라고 한다. 잠든 동안 인체가 스스로 보호막을 만들어내듯이 지구도 방어막을 치면서 각종 생명체를 보호하고 있다.

오로라를 흔히 볼 수 있는 곳은 지구 자기 위도 65~70도의 범위에 있는 지역이라는데, 흰색·녹색·빨간색·오렌지색·보라색 등의 베일이나 방사선 형태의 오로라 사진을 보면 실제로 한번 찾아가서 보고 싶어진다.

목성과 토성에서도 지구처럼 자기장이 오로라를 만들며, 토성의 오로라는 아주 거대하고, 빛을 만드는 원자가 수소이기 때문에 붉은색이라고 한다. 해왕성과 천왕성에도 오로라 현상이 있고, 자기장이 없을 것으로 여겨지던 화성에서도 오로라가 나타난다고 한다.

오로라를 태양이 떠오르도록 하늘의 문을 열어 놓는 새벽의 여신이라고도 하는데, 지구를 비롯한 이런 행성들은 나름대로 그들만의 새벽을 준비하는 여신들을 갖추고 있는 모양이다.

잠 못 이루는 밤이면 눈을 감고 오로라의 커튼을 치고 있는 지구와 거기에 탑승하여 우주를 날고 있는 우리들의 처지를 떠올려보자. 그리고 태어난 모든 시간이 소멸되는 머나먼 우주 변방을 상상하면서, 무한한 어둠이 다가오듯 잠이 와서 서서히 몸을 감싸며 방어막을 펼치기를 기다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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