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품들인 공력·이야기 풀어내는 솜씨 뛰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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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제주시조 지상백일장 당선작 4편 포함해 총 57편 입상…22일 시상식

제주시조시인협회(회장 김희운)가 주최하고 제주(회장 오영수)와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이 후원한 2019 제주시조백일장이 4개 공모 분야에서 당선작을 배출했다.

일반부에서는 김미영씨(서귀포시 남원)바다 냉장고가 당선작에 선정됐다.

고등부에서는 고민선(한림고 2) 학생의 두모리 편지, 중등부에서는 송지민(제주여중 2) 학생의 내 안의 나, 초등부에서는 최세은(어도초 6)바닷가 나무들이 각각 당선작으로 이름을 올렸다.

537편의 작품 가운데 당선작 4편을 포함해 총 57편이 입상했다.

지도교사상은 남지수(한림고), 신은순(어도초), 허용(성산초) 교사에게 돌아갔다.

강상돈 심사위원장은 함축된 이미지를 담아내는 작업이 쉽지만은 않은데 일상생활과 삶의 모습을 담아낸 작품이 많았다특히 초등부는 500편 이상의 작품이 응모됐을 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을 표현한 작품이 많아 오랜 고민 끝에 당선작을 선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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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상자 명단

일반부

장원 김미영(서귀포시 남원)

차상 김영신(제주시 기와4)

차하 문혜영(제주시 우평로)

 

고등부

장원 고민선(한림고 2)

차상 신민아(한림고 2)

차하 강다연(과학고 1)

 

중등부

장원 송지민(제주여중 2)

차상 김요한(제주중 2)

차하 김나연(제주동여중 1) 문진호(노형중 1) 이수현(세화중 2) 조현재(제주중 1)

이도윤(오름중 1) 고예환(세화중 2) 안현나(탐라중 1) 박준영(제주제일중 1) 김연재(제주동여중 2)

고다은(제주동여중 2) 문장호(노형중 3)

 

초등부

장원 최세은(어도초 6)

차상 김현정(세화초 6)

차하 서예원(광양초 4) 송채영(삼화초 5) 부유빈(삼화초 5) 조형우(성산초 5) 김윤아(성산초 5) 문지영(성산초 6) 정다원(어도초 4) 강미선(어도초 4) 이봄(어도초 6) 손준성(대흘초 4) 현채훈(대흘초 3) 박한별(대흘초 4) 박천율(대흘초 4) 최하윤(대흘초 4) 강동희(도련초 6) 강동혁(도련초 6) 강동원(도련초 6) 김지훈(외도초 5) 임연지(아라초 2) 문규호(백록초 6) 박수언(물메초 3) 박하언(장전초 5) 양정환(재릉초 2) 김태양(재릉초 5) 양희선(재릉초 4) 김명민(서귀서초 3) 김수민(서귀서초 1) 신동찬(한라초 4) 박가온(한라초 3) 이설아(광양초 4) 이연지(광양초 6) 김지원(광양초 5) 현명재(광양초 6) 부지훈(세화초 4) 이솔비(세화초 4) 우태형(세화초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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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 부문별 당선작

 

일반부 김미영(서귀포시 남원)

 

바다 냉장고

 

친정집 냉장고는 바다가 들고 난다일곱 물 아홉 물 사이 칸마다 문을 열고어머니 발품을 팔아 쟁여 놓은 노을빛

수두리 문다드리 메옹이 조쿠젱기살점만 다듬어 봉지봉지 나눠담는밤은 또 사랑의 노역 졸음도 콧노래가 섞여

생리 앓듯 썰물 때는 어김없이 돌아오고유통기한 다 지나도록 퍼내지 못한 내리사랑검은여 꽉 찬 바다가 막내딸을 기다린다

 

고등부 고민선(한림고 2)

 

두모리 편지

 

계절이 바뀔 때마다 감기가 다녀갔어

칼바람 부는 날이면 화목난로에 모여앉아

노랗게 익은 겨울에 혓바닥을 데곤 했어

 

자전거를 타고서 가는 길은 내리막길

페달에 감기는 바람 바다에 도착하면

아빠는 등대에 앉아 낚싯대를 내렸어

 

어둑한 바다에는 불빛들이 살고 있어

엄마랑 신문지 깔고 초록빛 찌 보다가

더 멀리 집어등을 켠 수평선과 졸곤 했어

 

중등부 송지민(제주여중 2)

 

내 안의 나

 

내 안에는 나를 결코 배신 않는 내가 있다

나쁜 짓 할라치면 양심으로 제어하고

꿋꿋이 중심을 잡는 내 안의 또 다른 나

 

모두가 날 싫어해도 나만을 사랑하며

나를 지켜주는 버팀목 같은 존재

그런 나 떠나지 않아 어디서나 당당해

 

초등부 최세은(어도초 6)

 

바닷가 나무들

 

바닷가 나무들은

하나 같이 굽은 허리

 

저것 봐 언제 봐도

휘어져 있지 않아!

 

등 굽은 우리 할머니처럼

치료해 주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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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 소감

 

 

일반부 김미영(서귀포시 남원) “어머니 삶 통해 다시 나를 돌아보려 해

 

먼저 저의 작품을 선택해주신 제주시조시인협회제주심사위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또한 내 마음의 안식처인 젊은시조문학회 회원님들께도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시조를 처음 접했던 시기에는 자만심에 취해 노력도 없이 하루아침에 작품이 나오길 바랐습니다. 시조에 대한 지식이 없던 터라 누군가 지적을 하면 두려워지곤 했습니다. 기본을 지키지 않았으므로 글쓰기는 점점 더 멀어졌습니다.

글을 쓰고자 하는 열망이 남아 있으니 어떻게든 또 다시 기웃거리게 되었습니다. 어머니의 삶을 통해 다시 한 번 나를 돌아보고자 했던 것이 이렇게 좋은 선물을 안겨줬습니다. 앞으로 자만하지 않고 천천히 바르게 가고자 합니다. 많은 격려와 지도 부탁드립니다.

 

 

고등부 고민선(한림고 2) “어렸을 때 내가 지금의 내게 보내는 편지

 

두모리. 어릴 적 동네와 18살이 되어버린 지금의 동네는 많이 달라졌다. 큰 도로에는 가로등이 생기고, 풍경이 좋은 바닷가에는 펜션과 리조트, 풍력발전기, 놀이터가 생겨났다. 하지만 우리 집 돌담을 사이에 두고 지내는 이웃 삼촌들, 아빠와 형과 아우로 지내시는 동네 삼촌들,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 중학교, 나의 친구들은 여전하다. ‘두모리 편지는 어렸을 때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다. 지금의 나로 살게 하는 따뜻한 이야기다.

나의 이야기가 시조가 되었다. 사실 현대시조는 잘 알지 못한다. 3·4·3·4 음의 걸음을 이해하고 있는 정도다. 선생님의 안내로 내 마음의 서랍에서 꺼내본 이야기들이 너무 큰 상을 받게 되었다. 기쁘고 떨린다. 두모리 편지, 늘 가까이 두고 가끔씩 꺼내보고 싶다.

 

 

 

중등부 송지민(제주여중 2) “내 안의 다른 나로 인해 당당하고 싶어

 

저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시조 공부를 했으니 올해로 6년차입니다.

다행스러운 이 장원 소식은 초급과정을 마쳤다는 이수증과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앞으로 본격적인 시조공부를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합니다.

내 안의 나를 쓰게 된 동기는 초등학교 때 자연을 벗 삼아 사물에 중점을 둔 동시조를 주로 썼는데 이제는 나 자신을 성찰하는 내면에 중점을 둔 시조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저의 존재감과 생각 표현해 보려 한 것 뿐 별 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꿋꿋이 중심을 잡아주는 내 안의 또 다른 나로 인해서 어디서나 당당하고 싶습니다. 우리 시조를 더 사랑하는 것으로 은혜에 보답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초등부 최세은(어도초 6) “휘어 있는 나무 표현빛나는 작품 쓰도록 노력

 

우리학교는 올해부터 생태건강 지정학교가 되어서 처음으로 생태동시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어요. 그 과정에 저학년은 동시, 고학년은 동시조를 공부하게 되었지요.

그래서 수업 시간마다 생태를 주제로 하여 시조 짓기를 했지요. 어느 날 수업에 나무를 제목으로 하고 시조를 썼지요. 제주도 바닷가의 나무들은 바람 때문에 대부분 휘어져 있다는 걸 쉽게 볼 수 있어요. 이것이 제주도 할머니들이 허리가 굽은 것처럼 보이는 거예요. 거기에 착상하여 쓴 시조가 바닷가의 나무들입니다. 허리가 휘면 아픈 것처럼 나무도 휘면 아플 것이라는 생각을 표현한 것이 장원이라니 꿈만 같습니다. 장원에 힘입어 시조수업에 더 집중하고 빛나는 작품을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러한 제 작품을 예쁘게 보아주신 심사위원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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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강상돈 심사위원장 오랫동안 품들인 공력·이야기 풀어내는 솜씨 뛰어나

 

일반부 김미영씨의 바다 냉장고는 물질을 하여 채취한 해산물을 손질하면서 시집간 딸에 대한 어머니의 깊은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작품으로 오랫동안 품들인 공력과 이야기를 풀어내는 솜씨가 만만치 않았다.

고등부 장원인 고민선 학생의 두모리 편지는 기성시인 못지않은 탄탄한 구조 속에 전방위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힘이 좋았다. 더 나아가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과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이 동시에 묻어나는 훌륭한 작품이다.

중등부 장원인 송지민 학생의 내 안의 나는 자기의 존재감을 두드러지게 나타낸 작품으로 내 안에도 또 다른 내가 있어 자기를 통제하는 당당함과 굳센 의지가 들어있음을 느끼게 해 시선을 오래 머물게 했다.

초등부는 500편 이상이 응모 됐을 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을 표현한 작품이 많아 당선작을 선정하는데 고민이 많았음을 밝힌다.

그중 장원작으로 선정한 최세은 학생의 바닷가 나무들은 휘어진 바닷가의 나무를 보며 등 굽은 할머니를 연상해 쓴 작품으로 할머니와 자연을 치료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무척 야무지다. 읽으면 읽을수록 어른스런 느낌을 주는 성숙한 표현과 상징도 돋보였다.

더불어 일선 학교 현장에서 시조 창작 지도에 애쓰시는 선생님들께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시조문학에 많은 관심과 협조를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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