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마와 불출마 사이
출마와 불출마 사이
  • 제주신보
  • 승인 2019.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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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업, 전략사업본부장 겸 논설위원

한자 출(出)은 한 발이 동굴 밖으로 나가는 모습을 본뜬 글자다. ‘나가다, 나서다’는 의미다. 출국(出國), 출입(出入), 외출(外出), 진출(進出) 등이 그 예다. 한자 마(馬)는 말이 곧게 서 있는 모양이다. 뜻은 ‘말’로서 마부(馬夫), 경마(競馬), 승마(乘馬) 등이 관련 낱말이다.

따라서 출마를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말을 타고 나가는 것이다. 과거의 말은 기동력이 좋아 주요 교통수단으로 애용됐다. 전쟁터에서 가장 중요한 물자에 속했던 이유다. 상대를 공격할 때 없어선 안 될 존재로 전장을 휘젓고 다녔던 게다. 말에 올라타 싸움에 나서는 일이 곧 출마인 셈이다.

▲출마는 옛 소설 ‘조웅전(趙雄傳)’에 나오는 ‘번창출마(飜槍出馬)’가 그 어원이다. 강백으로 하여금, “나아가 대적하라”하니 강백이 번창출마하여 말하기를 “무지한 반적은 천시를 알지 못해 당돌히 대적하니 어찌 가소롭지 아니 하리요”라는 문장에서 유래된 게다.

여기서 번창출마는 ‘장수가 창을 휘두르며 적을 향해 말을 타고 힘차게 나아가는 것’을 이른다. 옛날에 관리가 자기 부임지에 갈 때에도 말을 타고 갔다. 이에 따라 출마는 ‘관리가 임지에 나간다’는 의미로도 쓰였다. 이처럼 어떤 목적을 띠고 나가는 것도 출마라고 했다.

▲출마는 근래에 들어 그 뜻이 확장됐다. 선거에 입후보 즉, 후보자로 나서는 것도 출마이고, 어떤 일에 나서는 것도 출마의 정의에 해당된다. 그 반대 개념은 불출마(不出馬)다. 선거에 입후보하지 않거나 어떤 일에 나서지 않는 것을 가리킨다.

요즘 이 불출마가 유행이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여야 정치권에서 불출마하겠다는 인사들이 이어지고 있는 게다. 자고 나면 불출마 선언을 하는 사람이 나타날 정도다. 거기엔 초·재선, 40대 의원, 대선 주자로 촉망받던 86그룹(80년대 학번·60년대 생) 인사 등이 포함돼 주목을 끈다.

▲여권 86그룹의 선두 주자인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자유한국당 소장파 중진인 3선의 김세연 의원이 지난 17일 총선 불출마를 전격 선언했다. 이 두 명은 언제든 여야의 대표 주자군으로 분류될 만큼 상징성이 큰 중량감 있는 인사여서 정치권에 후폭풍이 거세다.

여야 안팎에서 인적 쇄신과 세대 교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는 거다. 과연 어느 정도의 물갈이가 이뤄질까. 눈여겨 봐야 할 총선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