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중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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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논설위원

남들이 뭐라 하든 내심으로“나는 중도다”라고 표방한 이후 여유가 생겼다. 특히 정치적인 문제에선 더욱더 그렇다. 보수나 진보라는 프레임에 얽매이지 않은 주체성까지 덤으로 얻었다. 사안에 따라선 양 진영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게 됐다.

최근에는 이 같은 선택에 자신감마저 생겼다. 미국 네브래스카-링컨대 연구팀은 가족이나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빠지지 않는 ‘정치’가 사람들의 건강을 해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서다. 2017년 미 전역에서 800명을 뽑아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8%가 정치를 스트레스의 원인으로 꼽았다. 응답자의 26%는 자신이 지지한 후보가 패배했을 때 우울해했다. 32%는 자기 생각과 다른 견해를 표방하는 언론을 접했을 때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답했다. 5명 중 1명은 친구 관계에 문제가 생겼다고 했다.

우리 사회도 이 같은 조사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친한 사이의 대표적인 금기어로 정치 이야기를 꼽을 정도다.

▲사실 한국 정치에서 중도는 푸대접을 받았다. 의리를 중시하는 동양 정서와 맞물려 ‘사쿠라’로 매도되기도 했다. 사쿠라는 변절자를 가리키는 말로, 일본어의 ‘사쿠라니쿠’에서 비롯되었다. 사쿠라니쿠는 색깔이 벚꽃과 같이 연분홍색인 말고기를 말한다. 쇠고기인 줄 알고 샀는데 먹어보니 말고기였다는 얘기다. 겉보기는 비슷하나 사실은 다른 것이라는 뜻에서 유래된 것이다. 정치권에선 자기의 조직을 이탈하는 변절한 동지를 비꼬는 말로 회자했다.

이 소리를 들은 대표적인 인물이 유신 정권 시절의 야당 정치인이었던 이철승(1922~2016)이다. 당시 그는 ‘중도통합론’을 들고나왔다가 YS와 DJ 측으로부터 “낮에는 야당, 밤에는 여당 하자는 말이냐”며 사쿠라라는 비난을 받았다. 그는 훗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양 김이 해금된 뒤 합작해서 나를 야당에서 제거하기 위해 선전 선동을 하면서 ‘사쿠라’로 만들었다”며 억울해했다.

이젠 이런 부정적인 이미지가 탈색됐다. 극진(極進), 극보(極保)의 양극단에 환멸을 느낀 민심이 많아져서다. 그들의 선택에 따라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오르락내리락하고, 여·야의 희비는 갈리고 있다.

▲정치는 신체에도 영향을 미친다. 심하면 수면 장애에 시달린다. 중도이기에 잠도 편안하다. 내년 4월 총선도 나의 시선으로 관전하고자 한다. 종속이 아닌 자유이기에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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