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나서면 건강이 보인다
집을 나서면 건강이 보인다
  • 제주신보
  • 승인 2019.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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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덕순 수필가

겨울 초입이다. 삭풍에 잎을 뺏긴 나목들로 산과 들은 새로운 풍경을 그려간다. 마지막 가을 정취를 쫓던 사람들마저 발길을 멈추더니 이제 전국의 산과 들은 한산하단 입소문이다.

그렇지만 이곳 제주는 도심 가까운 곳의 산과 들에 아직도 가을 정취가 잔설처럼 남아있다. 사람들의 시선도 이를 놓치지 않는지 주말이면 올레길마다 배낭을 멘 사람들로 꾀 북적인다. 회색 빌딩으로 둘러싸인 답답한 도시에서 일과 가사로 쌓인 스트레스를 풀어보겠다고 나서는 이들이다.

우리의 삶은 일과 인간관계의 연속이다. 스트레스와 질병은 거기서 비롯된다. 잠간의 휴식마저도 음주나 TV시청으로 채우다보면 스트레스는 해소되기는커녕 오히려 가중된다. 일과 인간관계에서 벗어난 휴식이 필요한데도 그걸 간과하다보면 스트레스는 점점 고통의 강도를 높이며 몸과 마음을 병들게 한다. 일과 문명의 기기에 매어 사는 현대인들이 피할 수 없는 괴로운 현실이다.

하지만 자연은 다르다. 자연이 꾸며놓은 풍경 속을 무심히 걷다보면 일도 가사도 잠시 잊게 된다. 언제 스트레스에 치였나 싶을 정도로 웃고 까불며 생기가 넘쳐난다. 스트레스뿐 아니라 질병까지도 치유해 준다니 자연은 신비의 마력을 지닌 치유의 공간임에 틀림이 없다.

‘건강을 잃으면 전부를 잃은 것’이라는 명구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건강은 우리의 삶의 동력이요 생명의 근원이다. 건강을 잃으면 삶도 생명도 끝장이다. 살기위하여 일을 하고, 살기위하여 인간관계에 부대끼지만 그 삶의 방편들에 의해서 우리의 건강이 위협 받고, 삶이 위기에 처하기도 한다. 우리의 삶과 의식이 얼마나 이중적인가.

건강은 잃고 난 후에야 그 중요성을 깨닫게 되지만 회복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우리의 삶의 우선순위는 돈이나 명예보다 건강이어야 한다. 하루 중 한두 시간만 건강에 투자해도 얼마든지 건강을 지키며 삶을 즐길 수 있다니 어려운 일도 아니다. 그 한두 시간은 일이나 수다 떨기에 비하면 자투리 시간에 불과하다. 나도 내 일과의 자투리 시간을 모아 운동에 투자하고 있다. 운동을 한 날과 하지 않은 날은 기분부터 다르다. 운동을 한 날은 여유와 자신감이 넘친다.

지금 피로와 스트레스에 힘들다면 가까운 공원이나 들로 나가 보면 어떨까? TV 앞에 앉아 연속극에 일희일비하거나 친구나 식구끼리 수다를 섞으며 입씨름하는 것보다 몸과 마음이 훨씬 건강해질 것이다. 자질구레한 것들로 가득 찬 집안에서 탈출하는 것만으로도 주부들은 몸과 마음이 홀가분해진다. 공원이나 산과 들은 여유 시간만 확보하고 뛰쳐나가면 그만이다. 운동의 양이나 강도는 저마다 다르니 함께 할 사람이 없어도 괜찮다.

나무나 풀이 우거진 숲이나 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 이상의 치유의 효과가 있다는 보고들이 많다. 도시보다 많은 산소, 거기다 바람소리와 온갖 풀벌레소리, 풀과 나무들의 아기자기한 잎과 열매에다 청초한 들꽃들까지. 이 모든 것들과 교감하노라면 언짢은 기분도, 닫힌 마음도, 피로나 스트레스도 편안하게 풀리고 사라진다. 그러고 보면 건강은 먼 곳에 있는 게 아니다. 집을 나서면 건강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