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술한 보안에 형평성 문제 도마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발표를 앞두고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홈페이지에서 일부 수험생들이 성적을 미리 확인하는 소동이 벌어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2일 교육계에 따르면 전날 밤 한 수험생 커뮤니티 사이트에 ‘수능 성적표를 미리 발급받았다’고 인증하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이에 다른 수험생들이 성적표 확인 방법에 대해 물었고, 원 게시글 작성자가 웹 브라우저의 개발자 도구 기능을 이용하면 가능하다는 글을 올리자 이후 1~2시간 만에 주요 수험생 커뮤니티 사이트는 수능 성적을 확인했다고 인증하는 글로 도배됐다.
성적 확인은 기존 성적 이력의 연도를 ‘2020’으로 바꾸는 식으로 가능했던 것이어서 재수생 등 ‘n수생’만 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평가원은 논란이 일자 수능성적 증명서 홈페이지를 폐쇄하고 대책 회의에 나섰다. 평가원은 성적 통지일에 앞서 사전 모의 테스트를 했는데, 실제 성적을 확인할 수 있는 사이트에 연결돼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했다.
평가원은 예정대로 4일 오전 9시에 수능 성적을 발표할 계획이다.
수험생들은 평가원이 국가 최대 규모 시험인 수능에 대한 보안을 허술하게 관리한 데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도내 한 수험생은 “수능 성적을 미리 알면 수시 모집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했는 지도 사전에 알게 돼 형평성에 문제가 생긴다”면서 “정시 지원 역시 백분위와 표점을 갖고 눈치싸움 하는 게 제일 중요한데 미리 수험표가 유출된다는 건 대입 지원에서 우위에 선 셈”이라고 말했다.
제주시지역 소재 고교 교사도 “수능 결과에 따라서 학생들이 수시 면접을 포기하고 정시 지원을 노리기도 한다”면서 “학생들이 가채점표에 의지해 대입 전략을 짜고 있는데 미리 수능성적표를 알게 된 수험생들이 있어서 혼란을 느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