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딜레마
최저임금 딜레마
  • 제주일보
  • 승인 2019.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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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중 논설위원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년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으로 아파트 경비원이 수혜자가 됐다. 그전에는 근로기준법 대상에서 빼놓았던 직종이다. 첫해에 70%가 적용됐고, 2008년 80%, 2012년 90%에 이어 2015년부턴 100% 온전한 대우를 받기로 했었다.

사회적 약자를 껴안겠다는 노 정부의 정책에 환호한 건 잠시다. 곧바로 눈물이 돼 돌아왔다. 첫해에만 전국 경비원의 10%가량이 일자리를 잃었다. 관리비를 올리지 않으려는 주민들의 대응이었다. 10%P 올라간 2008년에도 사정은 비슷했다.

연후 2012년에는 해괴한 일이 벌어졌다. 경비원들이 최저임금을 올리지 말아달라며 서명운동에 나선 것이다. 최저임금 상승률이 해고율로 둔갑하는 비극이 코앞에서 벌어진 탓이다.

▲그런데 요즘 비슷한 일이 우리 사회에 재연되는 모양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최저임금을 못 받는 근로자 수가 지난 8월 기준 338만명에 달했다. 전체 근로자의 16.5%다. 두 숫자 모두 역대 최고치다. 통계청이 내놓은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상황이 이러자 인터넷사이트의 편의점 아르바이트 구인 글에는 ‘최저시급은 오셔서 상담 바랍니다’라는 게시물이 수두룩하다. 업주가 대놓고 최저시급을 못 준다고는 하지 못하니 저런 문구를 적어놓는다는 거다. 알바 지원자들도 다 알아듣고 최저시급 안 줘도 되니 채용만 해달라고 한단다.

올해 최저임금은 8350원이다. 그럼에도 서로서로 7000~8000원 선에서 시급을 정하고 일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최저임금법 위반이라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건 물론이다.

▲최저임금을 안 주면 사업주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실제 3년간 최저임금 위반 건수도 급증세다. 하지만 업주나 직원 모두 사정이 딱해 고용청에선 자율 시정하는 쪽으로 계도하는 추세다.

말할 것도 없이 임금이 오르면 좋다. 하지만 업주가 감당하지 못하면 일자리가 사라지니 재앙으로 변한다. 소상공인만이 아니라 큰 기업도 그럴 터다. 실로 임금인상의 역습이 아닐 수 없다. 전문가들은 최저임금 인상 부담이 여전히 우리 경제를 짓누르고 있다고 본다.

이제 최저임금을 지키지 못하는 주인은 수갑 찰 각오를 해야 한다. 후폭풍인 감원의 칼날은 더한 곤궁으로 내몰고 있다. 나라 곳곳이 최저임금 딜레마로 소란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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