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은퇴 후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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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돈, 자연환경해설사/논설위원

1960년 우리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52.4세였다. 그러던 것이 2018년에는 83.1세가 되었다. 이런 식으로 평균 수명이 늘어난다면 우리나라 사람의 평균 수명이 90세가 될 날도 멀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렇게 오래 살게 된 것은 축복일까? 재앙일까?

세간에 우스갯소리 가운데, 인생의 ‘3대 바보’ 얘기가 있다.

주말에 노부부가 함께 놀러 갈 계획을 세웠는데 갑자기 일을 해야 한다며 아이를 맡기러 오는 자식들 때문에 모처럼 이 약속을 취소하는 사람을 ‘첫째 바보’로 친다.

예전 같았으면 가장 복 받은 노인의 모습이 지금은 첫째 바보가 된 것이다.

‘둘째 바보’는 이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거니 하고 자녀들에게 모든 재산을 다 물려주고 용돈을 타 쓰겠다는 사람이다.

몇 해 남지 않을 것 같았던 노후가 10년, 20년 넘기게 되면서 문제가 커진다.

‘셋째 바보’는 손자들이 놀러와 자고 가려면 방이 모자랄까봐 뒤늦게 집을 늘리려고 하는 사람이다. 정말 바보 같은 인생이다.

또, 이런 이야기도 들어 봤을 것이다.

청년 출세, 중년 상처(喪妻), 노년 무전이 인생의 ‘3대 실패’라는 이야기 말이다.

앞의 두 가지에 대해서는 이의를 다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평생 출세 못하는니 청년 출세라도 하는 게 낫다느니, 중년에 상처하면 화장실에 가서 웃는다는니 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노년 무전이 인생실패라는 데 이의를 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 노년 무전이야말로 누구도 이의를 달 수 없는 확실한 인생 실패인 셈이다.

이런 말이 마음에 와 닿는걸 보면 나도 나이가 들긴 들었나 보다.

예전에 우리는 ‘더블 30년’, 즉 30년+30년 인생을 살았다. 초반기 30년은 부모의 보호 아래 자라고, 교육받고, 결혼해서 세상을 살아갈 준비를 했다. 그리고 후반부 30년은 자신이 부모에게 받았던 것처럼 아이를 낳고, 기르고, 가르치며 보냈다.

이것이 서로 바퀴처럼 맞물려 굴러가며 세상이 유지됐다. 그런데 지금은 후반부의 30년을 마치고도 남은 수명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예전에는 60세 이후의 인생을 여생이라고 불렀다. 말 그대로 남아 있는 인생이란 뜻이다. 세상을 살만큼 살았으니 이제 남아 있는 인생은 자투리라는 뜻이다. 예전에는 그 말이 맞았다. 그런데 그 남아 있는 인생이 30년이나 되는 때가 온 것이다. 인생의 3분의 1이나 되는 시간을 자투리 정도로 생각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여생이 자투리에서 본격적인 인생의 한 부분으로 부각되고 있다. ‘더블30’에서 ‘트리플 30’으로 세상이 바뀐 것이다. 이변이 없는 한 앞으로 우리는 퇴직 후 30년을 더 살아야한다.

이제 필자의 이야기를 해 보겠다.

필자는 퇴직 후 집에서 좀 쉬다가 한 달 전부터 JDC 이음 일자리 사업의 일환으로 오름 매니저 일을 하고 있다.

네 사람이 한 조가 되어 같이 오름으로 출근(?)하는 길은 너무나 즐겁고 행복하다. 주로 하는 일은 오름 환경 관리와 오름을 방문하는 탐방객을 대상으로 등반 안내와 오름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오름의 가치와 보존 방안에 대해서도 같이 근무하시는 분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 지면을 빌려 이런 프로그램을 마련하여준 관계 당국에 고마운 말씀을 전한다. 다만, 조그마한 바람이 있다면 앞으로의 사업에서는 일자리의 ‘양’보다 ‘질’을 조금 더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 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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