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
용서
  • 제주신보
  • 승인 2019.12.1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효성.명상가

구천을 떠도는 영혼들은 지금도 어디선가 사후에도 선과 악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한 노력하고 있다. 통곡할 정도로 억울하지만 마지막 기회를 주겠다는 화해의 손길을 보내기도 한다. 그것은 영원히 벗을 수 없는 죄의 무서움을 알기에 나오는 간절함이다. 최소한의 양심으로 무릎 끊어 사죄하고 늦지 않은 후회로 마음의 빚을 갚는 과정에 충실하다면 원망과 아쉬움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꼭 가봐야 할 잔치가 있어 참석했다가 경치에 반해 걸음을 걷다 보니 꽤나 멀리까지 와 있었다. 달빛 사이에 파도 소리가 노래였으며 시원한 공기와 바람이 피곤을 씻겨주는 선물이었다. 망중한을 즐기다가 돌아가려는데 건장한 청년이 인사를 하면서 말을 걸어왔다. 손에는 가방을 들고 있었고 맨발인 상태였다. 순간 귀신임을 알았다. 신발은 어디에 뒀냐 물으니 미소를 지으면서 그날 너무 취해서 어디에서 잃어버렸는지 기억이 안 난다고 답했다. 얼마나 머물렀냐, 나이는 몇 살이냐 하니 근 50년이 지났고 세상 나이는 서른이란다. 원하는 게 있냐고 묻자 지나간 과거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모두가 어렵게 사는 시기에 친구들과 의기투합해 밀수입을 했다. 중국에서 배로 물건을 들여와 시장에 내다 팔면 몇 배의 이익을 남겼는데 그게 엄청났다. 없어서 못 팔 정도라서 돈은 자루로 담았다. 엄격한 법은 있었지만 그건 형식에 불과했다.

그런데 규모가 커지자 서로에게 불신이 생겨 싸움이 잦아졌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동업을 끝내기로 결심했다. 지분(당시 버스 두 대 값)을 달라 하고 술자리를 가진 날, 헤어질 때 오해를 풀고 방파제에서 셋이 소변을 보다가 실수로 넘어져 바다에 빠졌단다. 친구들은 충분히 건질 수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계속 쳐다만 보고 있다가 이내 돌아섰다고 털어놨다.

그게 마지막이란다. 탐욕이 만든 해서는 안 될 살인에 버금가는 행위였다. 이름까지 일러주면서 아직도 여기서 살고 있다고 전했다. 수소문해서 찾아가 보니 초라한 노인들이 무슨 말이냐고 되묻다가 이내 눈물을 보였다. 부디 용서를 빌라는 당부를 남기었다. 그들 역시 한평생을 괴롭혔을 상처이자 꺼내고 싶지 않은 비밀이었을 것이다.

남은 인생 참회하면서 살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