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토박이말 말모이’를 고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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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일, 제주대학교 명예교수/논설위원

‘소멸 위기의 제주어 보전과 부흥 방안-세계 언어학자들에게 듣는다(2019. 11. 11.~11. 13.)’는 국제학술행사를 보고 들으니, 생태 환경오염과 파괴를 경고한 ‘침묵의 봄(Silent Spring)’(레이첼 카슨)이 먼저 떠올랐다. 환경오염으로 인한 자연 생태계 파괴는 인류의 행복을 빼앗는다. 행복이 존재하려면 우리말과 우리글이 살아야 하고, 환경이 건강해야 한다.

흔히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요, 문학은 슬픈 약자의 기록이라면, 언어는 강자도 패자도 아닌 있는 그대로를 반영하는 거울이다. 언어는 사람따라 시대 따라 생성소멸하며 진화한다.

이번 학술발표는 발표자의 용어 사용이 눈에 띄었다. ‘제주어’, ‘제주 지역어’, ‘제주 방언’으로 각기 표현했다. ‘제주어’면 어떻고, ‘제주 지역어’, ‘제주 방언’이면 어떤가? “내용이 중요하지.”라고 쏘아대지만 나는 보다 적절하고 쉬운 용어 선별을 강조한다. 엄밀히 말하면 ‘말’과 ‘어(語)’는 개념이 같을지라도 그 표현에 뉘앙스는 다르다. 입말(구어)과 글말(문어)은 그 쓰임이 다르듯이, ‘제주어(濟州語)’란 한자보다는 입말인 ‘제주 토박이말’이나 ‘제주 말’로 쓰면 더 살아난다. 한글은 세상의 온갖 소리를 다 적을 수 있는 빼어난 글자다. 그런 한글이 세계만방에 널리 전파되면 ‘한글 문화권’이 된다.

어느 발표자는 전국 방언을 각 ‘지역어’로 구분하여 제주 말을 한국어에 분화된 언어로 갈라 축소시켰다. 이는 큰 실수다.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제주 말은 어떤 말에서 분화되거나 어디에 소속된 언어가 아니다. 제주 토박이말은 독자적으로 자생한 고유 언어이다. 진정 제주 토박이말을 지켜 살리고자 하면, 문어(文語)보다는 소리 위주의 구어(口語)로 적어야 한다. 살아 숨 쉬는 말소리로 적어야 제주 토박이말이 훨씬 살아난다.

왠지 사람들은 ‘제주 방언’이라 하면 사투리로 여겨 거부감을 갖는다. 지금까지 나온 주요 사전들은 모두 ‘제주 방언’으로 적었다. 그런데 근래 제주도가 ‘제주어 사전’으로 발간해버렸다. 이는 언어를 다루는 언어관에서 비롯된다. 편협한 생각은 버려야 좋다.

제주말의 장점 중 빼어난 점은 아래아 존재이다. 아래아 사용이 제주말의 특징이요 매력이다. 어찌 보면 제주 말에는 성조(聲調, Tone)가 거의 희박하다. 제주 말에는 성조가 거의 희박한 까닭에 다른 지방이나 외국어를 쉽게 빨리 배워 언어 구사능력이 유창하다. 이는 국제화 시대 외국어를 배우는 큰 장점이요 매력이다.

현재 국립국어원에서는 소실문자 아래아를 살려 쓰기로 허용했다. 컴퓨터 자판에도 아래아를 만들어 살려 적어야 한다.

인사말인 환영사(도지사), 축사(도의회의장, 국회의원, 교육감)를 한 일곱 분이 이구동성으로 ‘제주어’란 용어를 사용했다. 맹목적으로 어떤 단어 선별 없이 주장을 펼치고 목적을 추구하기 보다는, 비판과 수용에 겸허해야 더더욱 발전이 따른다.

말에는 소리가 있고, 뜻이 있고, 씨가 있고, 순서가 있다. 게다가 말하는 사람의 주체가 담긴다.

지금 제주도청에서 ‘제주어 사전’ 개정판을 다시 낸다고 하니, 알맹이 있는 ‘제주 토박이말 말모이’가 되기를 고대하면서 청원한다. ‘Jejueo(제주어)’란 로마자 표기는 어색하다. ‘제주어’란 표현보다는 ‘제주 말’이나 ‘제주 토박이말’을 쓰도록 하자.

먹물 같은 심정이 제주 말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 아시려나. 제주 토박이말 말모이에 녹고 녹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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