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늘 "내게 오아시스 같은 역"
김하늘 "내게 오아시스 같은 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팔색조' 김하늘(30)이 또다시 연기 영역 확장에 성공하며 최고의 인기를 얻고 있다. 영화 '동감'의 '청순녀'가 '동갑내기 과외하기'의 '코믹녀'로 바뀔 때도 한여름 소나기 같은 즐거움을 주더니 이번에는 단어부터 무시무시한 '싸가지녀'를 마치 태어날 때부터 그랬다는 듯 연기하고 있다. 워낙 강렬한 이미지이다 보니 시청자들이 느끼는 배신과 발견의 즐거움은 과거보다 갑절 이상이다. 그야말로 벼락처럼 브라운관을 강타하고 있는 것.

SBS TV '온에어'의 도도하고 까칠하며, 예의라고는 없는 톱스타 오승아. '국민 요정'이라 추앙받지만 연기력이 모자라 콤플렉스를 느끼고 있고 사실은 속에 깊은 외로움을 간직한 이 캐릭터는 데뷔 12년 차의 김하늘을 또다시 날아오르게 했다.

비행 중에 잠시 연합뉴스에 착륙한 김하늘과의 유쾌하고 풍성했던 대화를 소개한다. 그는 한 시간 내내 씩씩하고 생기 넘쳤다.

--실제로는 '국민 요정'이었던 적이 없었는데 극중에서라도 기분 좋겠다.

▲진짜 미치겠다. 부끄러워 죽겠다. '국민 요정'이라 불렸던 적 절대 없다. 그리고 나이 서른에 '국민 요정'이 가당키나 한가(웃음). 하지만 극중 승아는 스물여섯 살이니 '국민 요정'이라 불릴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재미있는 게 내가 어느새 즐기고 있더라. 처음에는 '국민 요정'이라는 대사만 나오면 얼굴이 빨개졌는데, 언젠가부터 "와~ 오승아다!"라고 주변에서 연호하면 내 얼굴이 싹 펴진다. 실제로 '국민 요정'이 된 것처럼 착각하고 취해버린다. 내가 오승아에 취할 때는 옆 머리카락을 귀 뒤로 우아하게 넘기는 몸짓이 절로 나온다(웃음).

--김하늘의 힘을 다시 느꼈다. 오승아는 분명 눈에 띄지만 사랑받기는 힘든 캐릭터다.

▲실제로 작가님은 내가 이 역으로 욕을 먹을까봐 걱정을 많이 했다. 하지만 난 '과연 욕을 먹을까요?'라며 의아해했다.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부터 오승아에 완전히 빠져버렸고 이 아이의 매력을 캐치했다. 오승아는 싸가지는 없지만 쿨하고 외로운 아이다. 악녀가 아닌 것이다. 오승아의 외로움과 아픔을 표현하면 캐릭터에 설득력이 부여될 것이라 믿었다. 오승아는 새로운 캐릭터에 목말라 있던 내게 오아시스처럼 다가왔다.

--그런 오승아가 노래방 장면에서 완전히 망가졌다. 천연덕스러운 고성방가에 폭소가 터져나왔다. 원래는 노래를 잘하지 않나.

▲그 장면 반응이 굉장히 좋아 놀랐다. 원래 지문에는 '섹시한 춤을 멋지게 추는 승아'였다. 하지만 내 생각에는 오승아가 그 대목에서 섹시한 춤을 추는 게 맞지 않는 것 같았다. 게다가 난 춤을 코믹하게는 출 수 있어도 섹시하게는 절대 못 춘다(웃음). 감독님과 상의하다 노래를 하는 것으로 바꿨고, 세상에서 혼자 잘난 오승아가 고음을 제대로 소화 못하면서도 자신은 잘하는 줄 알고 뻔뻔스럽게 고성방가하는 것으로 연기했다. 내가 노래를 잘하지는 않는데 고음은 좀 올라간다. 거기서 그 신을 착안했다.

--몸매가 바뀌었다. 과거에는 그저 바짝 말랐다면 '온에어'에서는 'S라인' 몸매를 뽐내고 있다. 어떻게 된 건가.

▲운동한 지 3년 됐다. 사실 초반에는 운동을 한다는 말도 잘 안했다. 사람들이 믿지도 않았다(웃음). 트레이너를 잘 만나 내 몸의 장점을 살리게 된 것 같다. 몸이 너무 약하고 자세도 교정해야겠기에 운동을 시작했는데 하다보니 지금까지 왔다. 요즘은 운동이 참 재미있다. 하루에 유산소 운동 포함해 두 시간 정도 한다.

--오승아는 다이어트에 스트레스 받고 닭가슴살 위주의 식단에 괴로워한다. 김하늘도 그런가.

▲전혀 아니다. 맛있는 것은 다 먹는다. 운동을 하니 식욕이 왕성해진다. 술은 원래 안 마시고 그외에는 가리지 않고 다 잘 먹는다. 운동을 하기 전에는 잘 안 먹었다.
--S라인 몸매를 한껏 드러내는 예쁘고 화려한 옷들을 소화하고 있다.

▲정말 좋다. 평소 안 입어봤던 옷들이고 또 오승아는 뭘 입어도 이해가 되는 캐릭터라 옷의 종류도 매우 다양하다. 한껏 멋부려서 좋고 그런 와중에 내게 어울리는 게 뭔지 알게도 된다. 사실 '온에어' 하기 전까지는 평소에 트레이닝복에 티셔츠 차림을 즐겼다. 뭘 갖춰 입는 것을 싫어했다. 그런데 오승아를 연기하면서는 어딜 가든 옷에 신경 쓰고 간다. 배우는 환상을 심어주는 직업이라는 것을 요즘 들어 깨닫고 있다.

--오승아와 김하늘의 다른 점을 단적으로 세 가지 발견했다. 노래 실력, 연기력, 독서량이다. 데뷔 이후 '연기 못한다'는 소리는 들어보지 않았다.

▲SBS TV '해피 투게더'(1999)를 기억 못하시나요(웃음)? 그렇지는 않다. 다만 정말 고맙게도 매번 작품을 할 때마다 '발전했다' '좋아졌다'고 말해주셨다.

--오승아는 소설가 아멜리 노통이나 폴 오스터를 모른다. 그러나 김하늘은 독서광 아닌가. 요즘도 모자 눌러 쓰고 시내 대형서점을 찾나.

▲즐긴다. '온에어' 촬영 전에도 가서 한아름 사왔다. 인터넷도 잘 못하지만 인터넷으로 주문하는 것보다 직접 서점에 가서 책에 파묻혀 고르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 서점의 기운이 나와 잘 맞는 것 같다. 광화문 교보문고를 자주 간다. 혼자 가는 경우도 많은데 모두 책에 빠져 있어 날 알아보지 못한다. 극중에서 운동할 때 쓰는 헤드폰도 내가 거기서 산 것이다. 아멜리 노통 책은 많이 읽었는데 폴 오스터 것은 안 읽었다. 제일 좋아하는 작가는 파울루 코엘류다. 코엘류 책을 읽다가 (순례길로 이름난) '엘 카미노 데 산티아고'로 떠나겠다고 호들갑을 떨어 식구들이 말린 적도 있다(웃음).

--오승아는 연기를 못하기에는 너무 똑똑하다. 그렇게 똑부러지게 말을 잘하는 배우가 연기를 못한다는 게 이해가 안간다.

▲승아는 연기마저 잘 할 필요가 없는 아이이기 때문에 노력을 안 했을 뿐인 것 같다. 전 매니저 밑에서 돈 버는 기계 취급을 받았고 CF만 찍어도 돈 많이 벌고 '국민 요정' 소리를 들으니 그 이상 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장기준(이범수 분)이라는 매니저를 만나면서 배우로서 연기를 못한다는 것이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까칠하게 구는 오승아에게 PD와 작가가 모두 쓴소리를 늘어놓았다. 배우로서 남의 일 같지 않았을 것 같다.

▲정말 공감했다. '언제까지 인기 있을 것 같냐. 너도 늙으면 이모나 이혼녀 역을 하게 될 거다'나 '여배우에게 가장 무서운 건 스캔들이 아니라 연기력'이라는 대사는 배우에게 너무나 무서운 말이다. 그러니까 결론은 배우는 연기를 잘해 야한다는 것이다(웃음). 예쁜 외모나 이미지는 세월이 지나면 아무것도 아니다.

--대중의 기대치가 높다보니 스타는 기본적으로 '싸가지 없다'는 소리를 잘 듣게 된다고 생각하지 않나.

▲진짜 그렇다. 특히 난 다른 배우들에 비해 욕을 많이 먹고 오해도 많이 받는 편이다. 자신의 기분과 상관없이 어떤 상황에서도 화사하게 웃어주는 분들이 있는데 난 그게 잘 안된다. 길에서 누가 '하늘 씨 예뻐요'라고 말해도 거기에 '고마워요'라는 말조차 잘 못하는 게 나다. 하지만 '온에어'를 하면서 그러면 안되겠다는 것을 느꼈고 어떤 상황에서도 최대한 노력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온에어'가 어떤 드라마로 기억되기를 바라나.

▲실제 드라마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시청자는 잘 모른다. 한 컷을 찍기 위해 배우와 스태프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는지, 드라마가 완성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일이 있는지, 시청률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 그런 것이 전달되기를 바란다.(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