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다짐
새해 다짐
  • 제주신보
  • 승인 2020.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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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림 수필가

어느새 또 새해에 들어섰다.

새삼스럽지도 않지만 다시 맞은 이 해엔 무언가 간절히 새삼스럽고 싶다.

새해엔 무겁지 않고 가벼워지고도 싶다.

제몫을 다한 마른 낙엽이 훌훌 털고 바람에 날리듯이.

자연이 매일매일 베풀며 단련시켜 주건만 나는 아는지 모르는지 또 모른다.

달도 별도 없던 검은 하늘이 그래도 아침이 되니 조금씩 밝아 오고 있다. 언제나 처럼 지난날에 아쉬움이 또 많다. 후회를 거울삼아 새해부터는 거창하지 않고 할 수 있는 다짐을 하나 하고 싶다.

김형석 교수님의 “사회 전체가 중병에 빠지면 민족적 파국을 초래할 수 있다. 사회적 질환은 스스로가 발견, 진단, 치료를 책임져야 한다”고 한 말씀이 떠오른다. 힘 없는 나는 내 자신의 말씨부터 조금 바꿔서 세상을 더 사랑하고 사람에게 더 정을 주어 부드러운 삶이 되도록 노력해보고 싶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고 하는 옛말도 있다. ‘친절한 말은 그 효과가 많고 밑천이 안 든다’고도 했다.

남편에게 “이 쓰레기 빨리 갖다 버려”하면 어김없이 “나중에”하던 남편이다. 싸움이 될 때도 있다. 어제는 “이 쓰레기 좀 버려 줄래요”하니 “알았어” 하면서 서로 멋쩍게 웃어 하루를 행복하게 보냈다.

아들이 보내주는 내 연금이 며칠 늦었다. 전화를 해서 “야 너 왜 돈 안 보내”하니까 “며칠 늦었다고 큰일 나요?”한다. ‘아차’했다. 다행이 얼마 후에 또 늦어 “아들아 얼마나 바쁘면 엄마한테 보내는 돈을 깜빡했니? 귀찮게 해서 미안하다”했더니 정신이 번쩍 나는지 “어이구, 엄마 미안해요. 이제부터 달력에 적어 놀게요 나도 엄마 닮아 깜빡인가 봐요. 하하하.” 둘이 한참 웃다가 말의 위력을 새삼 느꼈다.

이제부터라도 각자 모두가 노력해서 어디서나 말씨가 부드러워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험한 말에 똑같이 말씨름을 하다 보면 생각지도 않게 일이 커지고 쓸데없는 적개심마저 생겨난다. 아이들이 어른들의 말솜씨를 따를 것이고 초등학교 학생이 친구를 살해 하는 일까지 빚어진다. 맹모단기나 맹모삼천은 못하더라도 지금 우리 사회가 보여주는 삶이 아이들의 장래가 된다면 얼마나 끔직스러운 일인가.

요즘 아파트를 나서면 어린 학생들이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한다. 얼마나 귀엽고 고마운지 어쩔 줄을 모르겠다. 버스를 타면 운전하시는 아저씨들이 많이 친절해 지셨다. 10년 전 엔 대답도 안하시거나 퉁명스러워 무안할 때가 많았는데 요즘은 몇 번 버스를 타라고 알려준다. 시내에서 성산가는 201번을 탔을 때 아저씨 뒷좌석에 앉았다. 아저씨의 사탕 한줌 쥔 손을 뒤로 슬그머니 내밀어 주신다. 그때는 정말 어쩔 줄 모르는 감격이었다. “제가 드려야하는데 얻어먹다니 생각도 상상도 못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살 만한 세상이었다. 이 아저씨처럼 우리 모두 솔선하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 수 있으리라 믿는다.

내가 먼저 손 내밀지 못하고/

내가 먼저 웃음짖지 못하고/

오늘 나는 이렇게 머뭇거리고 있네/

그가 먼저 손 내밀기 바라고/

그가 먼저 웃음 주기 바라면서/

오늘 나는 이렇게 서성거리고 있네/

왜 나는 사랑을 말하면서/

왜 나는 평화를 원하면서

오늘 나는 이렇게 몸둘바를 모르고만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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