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 씻어내는 성스러운 여정, ‘카일라스 코라’
영혼 씻어내는 성스러운 여정, ‘카일라스 코라’
  • 제주신보
  • 승인 2020.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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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티베트 수미산 순례길
수미산, 세상의 중심 인식해
신의 영역…정상 등반 금지
총 거리 52㎞·해발 5000m
오체투지 순례는 20일 소요
몸·마음 정화…발길 이어져
티베트 사람들이 세상의 중심으로 여기는 수미산(카일라스산)의 순례길 코스 전경. 티베트에서 가장 오지로 꼽히는 곳인 아리지구에 있다. 해발 4500m에서 5600m까지를 오르고 내리는 여정이다.
티베트 사람들이 세상의 중심으로 여기는 수미산(카일라스산)의 순례길 코스 전경. 티베트에서 가장 오지로 꼽히는 곳인 아리지구에 있다. 해발 4500m에서 5600m까지를 오르고 내리는 여정이다.

불교에서 세상의 중심이자 우주의 근원으로 보는 성산(聖山)은 수미산이다. 원래는 상상 속의 산이었지만 티베트 사람들은 티베트 서쪽 오지에 있는 카일라스산을 수미산으로 믿는다. 신의 영역이란 믿음 때문에 정상 등반은 누구에게도 허용되지 않지만, 산 주변을 한 바퀴 도는 순례인 카일라스 코라는 허용된다. 티베트인에게는 현생의 죄업을 씻고 내세의 안녕과 영생을 기원하는 성스러운 여정이다.  

티베트인에게 불교는 의식주만큼이나 중요한 삶의 일부다. 불교가 일상화되다 보니 성지로 여기는 곳들이 티베트 전역에 퍼져 있다. 가장 성스러운 곳 두 군데만 고른다면 단연 조캉 사원과 카일라스산이다. 조캉 사원은 티베트불교의 본산이자 순례자들이 몇 달에 걸쳐 향하는 곳으로 수도 라싸에 있어서 마음먹으면 쉽게 갈 수 있는 곳이지만 카일라스는 그렇지 않다.

티베트에서 가장 오지로 꼽히는 곳, 인도 라다크지방과 카슈미르에 면한 서북단의 아리(阿里) 지구에 있기 때문이다

코라라고 불리는 순례는 티베트인들에게는 일상적으로 행해지는 영적 수행 과정이다. 라싸의 세라 사원이나 조캉 사원 주변의 순례 코스에는 시도 때도 없이 시계 방향으로 도는 순례자들이 몰린다. 카일라스산을 한 바퀴 도는 카일라스 코라역시 순례 코스다

카일라스를 중심에 두고 산 주위를 한 바퀴 일주하는 아웃 코라는 총거리가 52에 달한다

온 몸을 던져 부처님께 큰 절을 올리는 오체투지 모습.
온 몸을 던져 부처님께 큰 절을 올리는 오체투지 모습.

현지에서는 몸을 던져 큰 절을 하는 오체투지순례자들에게는 15~20일이 소요되는 여정이다. 일반 트레커들은 걸어서 3일 코스라 장거리는 아니지만 해발 4500m에서 5600m까지를 오르고 내리는 여정이라 고산병이 오는 등 결코 만만찮은 코스다

티베트인들은 이 험난한 길을 오체투지로 20여 일간 돌지만 외지인들은 두 발로 걷는 3일간의 트레킹을 통해서 자신의 몸과 마음을 정화한다. 백두산의 두 배 높이까지 올랐다 내려오는 쉽지 않은 여정인데도 사람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는다

코라(순례) 1일차 코스는 18로 다르첸에서 1박 후 곧바로 트레킹을 시작할 수도 있지만 대개 다보체까지 6는 차량으로 이동한다. 다보체에서 트레킹을 시작한 직후에는 주변의 천장(天葬) 터를 올랐다 내려오는 게 좋다. 이곳은 독수리에게 사람의 육신을 먹이는 티베트 전통의 장례터다.

첫날 여정은 카일라스의 서쪽 협곡을 따라 디라푹곰파까지 올라가는 동선이다

수직으로 솟아오른 거대 암벽 설산들이 좌우 양쪽에서 계속 따라붙는다. 산세가 특이하고 낯설어서 트레킹 내내 어느 외계 혹성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첫날은 고산증만 아니면 무난히 걸을 수 있다.

2일차 코스는 22로 난이도는 한라산 등반의 세 배 이상으로 높다. 디라푹곰파에서부터 돌마라패스까지는 82~3시간 걸리는데 카일라스 코라 전 과정 중 가장 고난도 구간으로 고산증에 대비해야 한다.

일명 해탈의 고개인 돌마라패스에 오르면 오색의 타르초들이 여러 갈래 줄에 매달려 펄럭인다. 개인적 소망을 적은 하다(흰색 천)를 미리 준비해 간 이들은 타르초 줄에 정성껏 묶는다

천에 적어둔 소망들이 고봉의 힘찬 바람에 실려 신들에게 전달되기를 기원하는 것이다. 아니면 자신의 머리카락 몇 올이나 소지품 일부를 자신의 소망과 함께 정상에 남겨두기도 한다. 돌마라패스부터 하산 길 초기 5거리에 급경사와 바윗길 등 위험 구간이 자주 등장한다

3일차는 12코스로 이곳에 있는 주툴푹곰파는 티베트불교의 성자 중 한 명인 밀라레빠가 수행한 동굴 사원으로 유명하다

카일라스 코스 지도.
카일라스 코스 지도.

11세기에 살았던 고승 밀라레빠는 카일라스 정상을 밟은 유일한 인간으로 간주된다. 티베트인들은 3일차 순례에 나서기 전 사원에 들러 보시와 함께 정성스레 예불을 드린다

카일라스를 등지고 남쪽 인도 라다크 방향을 바라보며 걷는 마지막 날은 전날의 고난도에 비하면 너무 싱겁게 느껴질 수도 있다. 두 시간 가까이 내려오면 이틀 동안 카일라스에 가려 보이지 않던 히말라야 산맥이 장엄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다르첸까지 원점 회귀하는 마지막 6는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것도 좋다. 여기까지 온 이상 조금 더 서북쪽으로 가서 짜다지방으로 이동하면 전설의 구게왕국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티베트는 개인 자유여행이 금지됐다. 운전사와 현지 가이드가 있는 여행사 패키지만 가능하다. 여행하기 좋은 시기는 봄과 가을이다. 여름철 우기나 동절기는 고원 특성상 피하는 게 좋다

카일라스 근처에는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자다현의 구게왕국(古格王國)과 성스러운 호수 마나사로바가 있다. 아리(阿里)지구 여행에선 빼놓을 수 없는 명소다.

<글·사진=이영철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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