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공비 대법원 판결과 도의회
판공비 대법원 판결과 도의회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제주도의회가 또 다시 정보공개조례 개정안 심의를 보류시켰다. 이유는 지난 12일의 판공비 공개와 관련한 대법원 판결 때문이란다. 하지만 도의회의 이번 처사는 도의회 스스로의 무지와 무능을 드러낸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더구나 아예 개정조례안 자체를 부결시키려다 대법원 판결을 빌미로 일단 보류했다는 후문이고 보면 도의회는 도대체 최소한의 개혁 의지라도 있는지 묻고 싶다. 이미 서울시를 비롯한 국내외 여타 자치단체들이 이미 정보공개조례의 개정을 통해 판공비 공개의 정례화를 규정하는 것에 비추어 도의회의 이번 심의보류결정은 향후 지방행정 개혁과 관련해 참으로 걱정스런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단언컨데 이번 개정조례안은 판공비 대법원 판결과 아무 관련이 없다. 개정조례안의 판공비 관련 규정은 ‘도지사, 부지사, 실.국.원 본부장과 서.사업소장의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의 정기적인 공개’가 전부이다. 때문에 판공비사용내역공개를 전제로 이를 증빙하는 구체적인 서류공개에 있어 개인정보의 공개여부를 판단한 대법원 판결에 영향을 받을 일이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도의회가 제대로 된 신의를 고려한다면, 판공비 사용내역의 공개만을 적시하는 조례안의 규정을 사용내역에 따른 증빙자료공개와 구체적 범위를 정하는 수준으로까지 발전되었어야 한다. 심의보류만 벌써 세 번째가 아닌가?

이번 대법원 판결은 판공비 사용내역을 증빙하는 서류공개에 있어서 개인정보가 포함된 경우, 그 개인이 공적신분인 공무원이라 할지라도 개인으로서 관련정보의 보호대상이 되며, 영업상의 비밀은 원칙적인 비공개대상에 포함시켜 이의 공개를 축소 제한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판결이 비난을 받는 이유는 이미 시민단체의 요구 등에 의해 이뤄져 온 국내 각지의 판공비 공개의 현실조차 수용하지 못한 판결이라는 점 때문이지, 오히려 판공비 공개의 정당성 자체는 최종적으로 인정한 결과로 봐야 한다. 따라서 그동안 이런 저런 이유로 공개 자체를 미뤄온 제주도 등 자치단체들은 이제 대법원 판결수준에서라도 즉각적인 공개에 임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이를 요구하고 나서야 할 도의회가 대법원 판결을 보류결정의 명분으로 내세우는 것은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문제는 조례안 심의를 담당하는 소관 위원회의 의원들이 과연 이를 모르고 이런 결정을 내렸는가 하는 점이다. 만일 모르고 한 결정이라면 그 자체로 무지의 소치요, 알면서도 내린 결정이라면 이는 자치행정의 개혁을 바라는 도민의 바람을 무시한 것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나마 이번 도의회에서 통과된 용역사전심의조례를 비롯한 정보공개조례, 보조금관리조례의 개정은 지방행정의 민주화와 투명성을 위한 핵심조치가 아닐 수 없다. 참여환경연대가 ‘4대관행 청산운동’을 벌이며 작년 도의회에 이 조례안들을 제안한 이유가 여기 있다. 더구나 지방분권이 본격적으로 거론되는 지금, 이러한 조례안들의 처리는 지방 스스로의 수용태세를 갖추기 위한 최소한의 혁신책이라는 것을 도의회는 자각해야 한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