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 통계
거짓 통계
  • 제주신보
  • 승인 2020.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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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중 논설위원

2000년대 초반 푹푹 찌는 여름에 중국을 다녀올 때 들은 얘기가 있다. 중국에선 아무리 더워도 섭씨 40도를 넘는 일이 없다는 것이다. 기온이 40도를 넘으면 학교와 직장이 쉬도록 법으로 돼 있어 중국 기상청이 애국심을 발휘한다는 게 그곳 가이드의 귀띔이었다.

1958년 마오쩌둥이 주도한 대약진운동 기간에 중국 전역에서 쌀 수확량이 늘어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는 보고가 속속 올라왔다. 그러나 이 숫자는 각 지역에서 징벌을 모면하려고 저마다 부풀린 수치였다. 그 대가는 대기근에 허덕이며 3000만명 이상이 숨졌다는 게 통설이다.

2009년 신종플루도 중국 공식통계로는 확진환자가 1만8000명에 불과하고 사망자도 없다. 숫자는 말이 없는데 이를 둘러싸고 유난히 말이 많은 곳이 중국이다.

▲지난주 중국 전역에서 ‘코로나19’ 환자가 하루 만에 10배 가까이 폭증한 것을 놓고 통계 조작 의혹이 불거졌다. 하루 1000명대의 1일 확진자가 이날 갑자기 1만명대로 늘어난 까닭이다.

중국 정부는 감염자 기준을 바꿨기 때문이라 해명했지만 지구촌을 납득시키지 못했다. 그간 전염병 상황을 일부러 축소·은폐해오다 통계 기준 변경을 명분으로 한꺼번에 환자 숫자를 늘린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는 것이다. 19일 기준 중국의 사망자는 2100명을, 확진자는 7만4000명을 넘어선 상황이다.

중국에서 통계에 대한 뒷말이 무성한 것은 선거 등 민주적 관리 임용·평가 절차가 없는 탓이다. 지방정부가 내놓는 통계 지표가 관리 고과의 절대 기준이 되는 실적인 것이다. 통계마저 짝퉁인가라는 자조와 의심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통계 조작은 나라를 절벽으로 몰아넣기도 한다. 그리스는 2000년 유로존 가입을 위해 연간 재정적자 규모를 GDP의 6%로 확 낮춰 발표했다. 그러나 실사 결과 실제 적자는 13.6%에 달했다. 결국 신인도가 떨어져 국가부도 위기로 치달은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아르헨티나도 돈을 마구 찍어 펑펑 쓰다가 경제가 고꾸라지자 2006년부터 통계 조작에 손을 댔다. 급기야 2013년부터는 관련 통계를 아예 중단시켰는데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신청의 시발점이 됐다.

통계는 모든 국가 지표의 나침반과도 같다. 통계를 왜곡하면 경제든 정치든 현실과 괴리가 생길 수밖에 없다. 앞뒤가 안 맞는 숫자놀음을 하는 곳이 우리만은 아닌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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