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
  • 제주신보
  • 승인 2020.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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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논설위원

공자는 소인배를 대할 때 ‘불가근불가원(不可近 不可遠)’하라고 했다. 너무 가까이하면 다치기 쉽고, 너무 멀리하면 해코지하므로 적당한 거리를 두라는 것이다. 이 말은 ‘사냥하러 가서 토끼를 잡으면, 사냥하던 개를 삶아 먹는다’라는 토사구팽(兎死狗烹)과도 연결된다.

와신상담(臥薪嘗膽)의 고사로 유명한 월나라의 왕 구천은 어려울 때 문종과 범려라는 두 신하를 스승으로 모시면서 국정을 운영했다. 하지만 월나라가 오나라를 이기고 천하의 패자(覇者)가 되자 사람이 달라졌다. 이를 눈치챈 범려는 문종에게 이런 말을 한다. “왕은 목이 길고 입이 튀어나온 이리(狼) 상이다. 이런 사람은 ‘불가근불가원’해야 한다. 어려움을 같이할 수는 있어도 즐거움을 함께 나누려고는 하지 않는다. 그러니 왕궁을 떠나 살길을 도모하시오.”

그리고 자신은 왕의 곁을 떠난다. 하지만 범려의 말을 새겨듣지 않았던 문종은 나중에 왕의 명령에 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했다. 토사구팽이 따로 없다.

▲불가근불가원이 코로나19 사태로 긍정적 의미로 소환되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120~360㎝)’라는 말을 통해서다. 이는 사회생활을 할 때 유지하는 거리다. 업무상 만나게 되는 사람들과의 적당한 간격이다. 제3자가 끼어들어도 부담스럽지 않은 공간이다. 호텔 로비 커피숍의 좌석은 통상 이 정도의 거리를 유지한다고 한다. 그 이상은 공적인 거리로 분류된다.

‘앞으로 2주’, 코로나19의 전국 확산을 막기 위해 전문가들이 제시하고 있는 결정적 시간이다. 그러면서 자발적 격리와 사회적 거리를 강조하고 있다. 자발적 격리는 시민들이 최대한 집에 머무는 것이고, 사회적 거리는 부득이 외출할 때 타인과의 접촉을 최대한 줄이자는 뜻이다. 이를 두고 책정한 안전 거리는 2m다. 사람이 기침하거나 말할 때 침방울(飛沫)이 튀어도 닿지 못하는 소위 사정권 밖의 최소 거리다. 이와 함께 회의 등 어쩔 수 없이 여러 명이 모여야 한다면 가급적 마주 앉기보다 ‘지그재그’식으로 해야 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누군가는 사이 간(間)을 이렇게 풀이한다. 문(門) 사이로 해(日)가 들어오는 것이다. 그래서 ‘사이가 좋다’는 말은 한 치의 빈틈도 없이 딱 붙어 있는 것도 아니고, 너무 떨어져 있는 것도 아니다. 여유다.

불가근불가원을 한다고 해서 분노하지 말지어다. 소인배로 취급하려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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