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에무라 나오미의 '청춘을 산에 걸고'>
<우에무라 나오미의 '청춘을 산에 걸고'>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우에무라 나오미(1941-1984)는 1970년 일본인 최초로 에베레스트 정상을 정복하고 세계 최초로 5대륙 최고봉을 등정한 산악계의 전설이다.

그가 1971년 출간한 '청춘을 산에 걸고'(마운틴북스 펴냄)는 많은 산악인의 정신적 지주가 된 산악모험서의 고전이다. 국내에서 1990년대까지 나왔다가 절판됐던 책이 이번에 다시 번역돼 나왔다.

그와 산의 인연은 메이지대학 산악부 시절부터 시작됐다. 그는 유럽 최고봉 몽블랑을 오를 돈을 벌기 위해 무작정 미국으로 가 프레즈노의 포도농장에서 불법 노동을 하다 이민국에 적발된다.

산에 대한 열정을 소개하는 그의 말에 감동한 이민국 관리는 강제추방조치를 내리지 않고 유럽으로 가라고 권하고 그는 샤모니의 스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몽블랑 단독등반을 준비한다.

그러나 1964년의 첫 도전에서 몽블랑은 그를 허락하지 않는다. 골짜기에서 눈으로 덮여있던 크레바스(빙하의 갈라진 틈)에 떨어졌지만 다행히 배낭이 크레바스 틈에 끼어 목숨을 건진 그는 준비부족과 단독 등반의 무서움을 절감하며 산을 내려온다.

"등줄기가 서늘해지면서 다리가 후들후들 떨려서 더 이상 서 있기조차 힘들었다. 포도농장에서 일하다가 붙잡혀갔을 때도 그랬는데, 실패를 맛보거나 절망감에 휩싸일 때면 언제나 부모님과 선배, 친구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게다가 지독한 불효자식이라는 자책감이 들어 괴로웠다"(51쪽)
그는 2년 뒤인 1966년에 몽블랑 정복에 성공하고 같은 해 아프리카 최고봉 킬리만자로에 오른다. 1968년에는 남미 최고봉 아콩카과 정상에 오르고 1970년 아시아 최고봉 에베레스트에 이어 같은해 북미 최고봉 매킨리마저 정복해 세계 최초로 5개 대륙의 최고봉을 등정하는 기록을 갖게된다.

그는 몽블랑을 향한 첫 도전에서 실패한 뒤 단독 등반은 하지 않겠다고 결심한 적이 있지만 이후 에베레스트 말고는 모두 단독 등반을 고집했다.

그는 1953년에 힐러리와 텐징 노르가이가 에베레스트에 오른 후 '청춘을 산에 걸고'를 낸 1970년대에는 이미 어느 산에 올라도 인간의 냄새가 풍기고 있어 등산의 역사도 미답봉 도전보다는 고난도 루트, 다양한 루트에 도전하는 시대이며 자신도 하나의 새로운 등반형태로 단독등반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내가 추구하는 단독등반은 이를테면 100m 육상경주에서 선수들이 0.1초를 다투며 인간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도전정신과 다름없다고 생각한다"(283쪽)
오직 등반만을 생각하며 모든 세속적인 욕망을 자제하고, 등반을 위해 돈을 모으고, 입산허가를 받고, 현지인들과 어울리는 그의 모습은 30여년이 지난 지금 읽어도 흥미롭다.

킬리만자로에 오르기 전에 밀림지대의 표범에게 뜯겨먹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에 죽을 각오를 하고, 등반 전날 밤 흑인 아가씨와 꿈같은 하룻밤을 보낸 이야기, 스키도 탈줄 모르면서 스키장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스키장 주인인 전 스키세계챔피언 장 바르네와 평생지기가 되는 이야기도 재미있게 썼다.

그의 도전은 아마존 6천㎞를 뗏목으로 60일간 주파하고 에스키모들과 1년간 극지생활을 한 후 막 결혼한 신부를 남겨두고 개썰매를 이용해 북극권 1만2천㎞를 단독으로 주파해 북극점에 도달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그는 1984년 2월13일 세계최초로 매킨리 동계 단독등반에 성공하고 하산하던 중 아사히 TV와의 교신을 마지막으로 소식이 끊겼다. 그의 장비는 수거됐지만 시신은 끝내 발견되지 않았다.(서울=연합뉴스) 조채희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