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선거가 밥 먹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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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혁, 시인·문화평론가/논설위원

“정치가 밥 먹여 주냐?”라고 그들은 묻는다. “누구를 찍어도 세상은 바뀌지 않아. 그를 찍었다고 내가 부자 되는 거 아니잖아.”라고 말한다. 사실 정치는 당신에게 엄청난 부를 가져다주지는 않을지라도, 당신이 일용할 밥, 안정된 삶을 선사하는 사회적 기반을 마련해줄 수 있다, 선거만 잘 해도. 왜 그런가?

우리 역사에서 민주적 방식으로 국회의원을 처음 선출한 것은 1948년 5·10 제헌국회 선거였다. 이때 미군정은 선거가 완전 독립과 통일을 위한 것이므로 선거를 반대하면 비애국이라 했다. 경찰과 우익은 쌀 배급과 선거인 등록을 연계해 부정한 선거를 치렀다. 5·10 총선거는 최초의 보통선거라는 의의가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분단을 가속화한 반쪽짜리 선거였다. (그때 제주에서는 2개의 선거구가 무효화되고, 이는 이승만 정권이 제주민중을 빨갱이로 몰아 학살하는 빌미를 제공했다.) 그 후 72년이 지나며 21대 국회의원을 선출하게 되는 지금까지, 선거는 민주주의의 길로 나아가는 변곡점 역할을 했다.

1960년 3월 15일 정부통령 선거에서 이승만은 치밀한 부정 선거를 계획했다. 선거를 앞두고 등교를 강요당한 대구의 고등학생들은 시위를 벌였고, 다시 서울, 수원, 대전, 부산 등지로 시위가 이어졌다. 마산의 바닷가에서 최루탄이 박힌 김주열의 시신이 떠올랐다. 부정선거를 반대하는 학생 시위대를 정치 깡패들이 폭력으로 진압하자 전국적 시위가 발발했다. 3.15총선은 4·19를 이끌어 이승만을 퇴진시키고 자유당을 몰락시켰다.(그리고 제주에서도 4·19의 흐름을 타고 4월 27일 관덕정 광장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3일 동안 1만 5000여 명이 참여하여 참다운 민주국가 건설을 주장했다. 이를 계기로 4·19 정신을 계승한 4·3진상 규명 운동이 펼쳐질 수 있었다.)

그리고 박정희, 전두환 등으로 이어지는 독재시기에도 선거는 있었다. 그때는 “식탁 위의 고기를 약탈한 놈들이/ 안빈낙도를 가르친다/ 남을 희생시켜 벌어들인 놈들이 희생정신을 요구한다.…(중략)…국가를 파멸의 구렁텅이로 빠뜨린 놈들이/ 단순한 사람에게는/ 정치란 어려운 것이라고 말한다.”(「독일 전쟁 안내」)라는 브레히트의 시구를 떠오르게 하는 시기였다. 부정한 자가 정치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며 부정한 선거를 통해 권력을 잡고, 민중을 기만하며 밥그릇을 뺏어갔다.

그런 과정을 뚫고 피를 머금은 민주 정부가 들어서고, 한동안 과도기를 거친 후 어느덧 ‘촛불혁명’을 이룩하며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다. 촛불혁명은 친일세력들, 군사독재 세력들을 몰아내고 허구적 신화의 대리인을 몰아낸 사건이었으며, 진정한 민주화와 통일을 천명한 역사적 변곡점이었다. 그리고 이제 유권자가 ‘보스’를 보고 당을 선택하는 시대를 보내고, 시민들이 직접 정치에 뛰어들어 온갖 가치와 정책을 담아내는 민주적 선거 시대가 되었다. 이제는 정당이나 후보가 수행해온 일, 추구하는 가치나 정책 등을 기준으로 투표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각 정당들이 내건 총선 공약을 읽어보셨는가? 국회의원은 정당이나 의회라는 제도적 장치를 통해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고 해소함으로써 파국을 막는 존재다. 그리고 지역 현안들을 민주적 절차를 통해 풀어나가는 존재다. 그러므로 우리의 밥그릇을 책임지고, 지역 사회를 활성화하고, 코로나19로 위기에 처한 국가를 살려낼 정치인을 잘 뽑아야 한다. 아무나 뽑으면 식탁 위의 밥을 빼앗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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