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행스님 “국가 위기 상황, 국민의 아픔과 고통을 나누는 게 중요”
원행스님 “국가 위기 상황, 국민의 아픔과 고통을 나누는 게 중요”
  • 김재범 기자
  • 승인 2020.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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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신보 등 한국지방신문협회,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 특별대담
30일부터 코로나19 극복과 치유 기도 정진...부처님오신날 봉축법회 한 달 연기
의료진 위한 템플스테이 등 불교 문화자원 활용해 종교의 사회적 역할 노력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이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내 집무실에서 한국지방신문협회와 특별대담을 하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이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내 집무실에서 한국지방신문협회와 특별대담을 하고 있다.

430일은 불기 2564년 부처님오신날이다. 대한불교 조계종을 비롯한 불교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모범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공식 봉축법회를 사실상 사상 최초로 한 달 뒤인 530일로 연기했다.

제주보를 비롯해 전국을 대표하는 9개 지역언론사로 구성된 한국지방신문협회는 공동으로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과 특별대담을 진행했다.

원행스님은 국가 위기 상황에서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최우선으로 삼고 국민의 아픔과 고통을 함께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30일부터 한 달 동안 코로나19 극복과 치유를 위한 기도를 진행한다고 전했다. <편집자주>

 

다음은 일문일답.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재앙이 되고 있습니다. 이런 글로벌 위기에서 종교의 역할은 어떠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종교가 사람들이 갖고 있는 불안함과 외로움 등을 해소하고 어떻게 보듬어 안을 것인지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불교에서는 우리가 사는 세계를 인드라망의 세계라고 부릅니다. 세상의 모든 존재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는 그물망과도 같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개인의 탐욕에 물들어 공동체를 훼손해 왔던 우리의 생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지 되돌아보아야 합니다. 이러한 성찰을 바탕으로 모든 생명이 함께 공존하며 조화롭게, 그리고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새로운 일상과 삶의 방식을 찾아야 합니다.

-한국 불교계는 코로나19 사태 때 사회적 거리두기원칙을 잘 지켜 감염병 확산 방지에 기여했다는 평가가 있죠?

조계종은 선제적으로 코로나19 감염 예방과 확산 방지를 위해 각종 법회와 기도를 중단했습니다. 또한 연등회와 부처님오신날 봉축법회 연기라는 결정도 하였습니다. 국가적 위기 상황이고, 국민께서 감당하고 짊어져야 할 아픔과 고통을 함께 나누는 것이 종교의 존재 이유이기 때문입니다. 부처님의 자비를 실천하는 길이기도 하고요.

물론 법회를 중단하면서 사찰들이 경제적으로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신도님들의 기도와 보시 등이 사찰경제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는 사찰도 방문객이 급감하면서 수입이 현격하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법회를 중단한 것은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최우선으로 삼고 국민의 아픔과 고통을 함께 나누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종교 활동에도 제한이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비대면 종교 집회 등을 어떻게 계획하고 있는지요?

일부 사찰에서는 산문을 폐쇄하는 등 고강도 조치를 시행했습니다. 몇몇 사찰과 스님들은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 온라인으로 법회를 진행하거나 법문을 촬영해 홈페이지 등을 통해 영상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또한 각종 SNS를 활용해 각자의 신행 활동을 점검하고, 수행 전문가들의 상담과 지도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가 발생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성찰과 이를 바탕으로 하는 새로운 종교 활동 영역의 개척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의 장을 마련해 나가고자 합니다.

-연기된 부처님오신날 행사 계획과 방향은 어떻게 되는지요?

부처님오신날 행사 일정을 윤 4월인 5월로 변경, 한 달 연기해 치르기로 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조계종 총무원 총무부장 스님을 중심으로 모두가 힘을 모아 주셨습니다. 불교계 30개 종단에서도 너무나 크게 도왔습니다.

먼저 430일에는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소속 약 15000여 사찰에서 코로나19 극복과 치유를 위한 기도정진을 입재하여 한 달 동안 불교도들이 국난을 극복하고, 국민의 안전을 기원하는 기도를 진행합니다. 30일 저녁 7시에는 광화문광장에서 코로나19 극복과 치유를 위한 점등식이 진행됩니다.

연등회는 523~24일 종로·우정국로 일대에서 진행하며 코로나19 추이에 따라 행사를 탄력적으로 계획하고 있습니다.

530일은 조계사 대웅전 및 전국 사찰에서 봉축 법요식 및 국민의 안전과 국난 극복을 위한 기도정진 회향 법회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불자를 비롯한 국민을 위해 구상 중인 것이 있다면요?

임진왜란·병자호란 등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스님들이 희생을 마다하지 않고 분연히 떨쳐 일어났기에 한국불교를 호국불교라 칭하기도 합니다.

조계종은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자 피해가 극심한 지역과 주민들을 지원하기 위한 모금 운동을 진행해 물품과 성금을 전달했습니다. 또 밤낮없이 헌신하는 의료기관 관계자들을 격려하고자 한국불교문화사업단·동화사 등에서는 사찰 음식 도시락을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국민의 건강과 사회의 안정, 병마로 힘든 싸움을 이어가는 모든 분들의 조속한 쾌유를 위해 전국의 사찰에서는 매일 조석예불 등을 통해 기도 정진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국민에게 위안과 휴식의 시간을 제공할 계획에 있습니다. 의료진 등을 위한 토닥토닥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불교가 갖고 있는 다양한 문화자원을 활용해 종교의 사회적 역할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현대사회에서 불교 지도자의 역할과 지향해야 할 리더십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상구보리 하화중생이라 했습니다. 위로는 깨달음을 구하고 아래로는 중생을 교화한다는 뜻입니다. 또다른 말로는 자리이타 성불제중과도 같은 의미입니다. , 중생과 함께 한다는 말입니다. 다음으로는 화합의 리더십입니다. 나와 다른 다양한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속에서 화합을 도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국내 전통사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이어 연등회의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가 추진되고 있습니다. 어떻게 준비되고 있는지요?

한국의 산지승원이 2018년 전통사찰 7곳을 묶어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습니다. 우리 종단과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간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을 온전하게 보존하기 위한 각종 제도 및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2012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연등회는 전통 보존과 발전, 연등 모양과 범위 확장, 공동체 의미 기여 등으로 전 세계인이 함께하는 축제로 자리 잡으며 인류무형유산으로서의 가치가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올해 인류무형유산 등재 신청서를 제출했고, 오는 12월 자메이카 킹스턴에서 개최되는 문화유산 보호를 위한 정부간 회의의 최종 결정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불교계에 대한 말씀과 문화재 관리에 대해 의견이 있으시다면?

잠깐 우리 불교 얘기를 하자면 삼국시대, 고구려 소수림왕 시대에 들어왔잖아요. 하지만 제주불교를 인정하면 2500년 전으로 올라갑니다. 서귀포 존자암을 인정하면 그렇습니다. (김수로왕비인) 허황후가 들여온 가야불교만 인정해도 2000년이 됩니다.

이처럼 오랜 역사와 함께 국보·보물을 보유하고 있는 사찰을 정부에서 관리한다면 엄청난 비용이 들 것입니다.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입장료를 받고 있는건데 국민 저항이 크면 정부가 세금으로 보전해주고 받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국가가 최소한의 지원을 해줘야 합니다. 코로나19로 탐방객이 줄면서 사찰에서 빚을 내 일반 직원들의 월급을 줘야 하는 입장입니다. 문화재를 보호하는 관리인에 대한 정부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국가적 대란이 일어났을 때 문화재를 어떻게 보존하고 관리할 것인지가 앞으로 굉장히 큰 과제입니다.

-제주 4·3 희생자 중 불교계 피해도 있습니다.

4·3 당시 사찰은 제주도민들의 피신처이자 무장대와 토벌대의 격전지로 중심에 있었습니다. 당시 스님 열여섯 분이 희생되고, 37개 사찰이 전소되는 등의 아픔을 겪었습니다.

그 이후 무불(無佛)의 시대를 보내면서 인명 피해에 따른 후유증이 컸습니다. 관음사만 보더라도 1960년대 중반 이후 불사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제주불교가 4·3 이후 단절되면서 진상을 밝히고 기억하기 위한 활동이 미비했습니다. 최근에야 관음사와 종단 사회노동위원회를 중심으로 희생된 스님들에 대한 위령재를 봉행하였고, 폐사지 순례 등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이후에도 관련 단체들과 연대해 4·3의 진실을 밝히고 희생자들의 명예 회복을 통해 진정한 화해와 치유로 나가는 길에 힘을 보태고자 노력하겠습니다.

한국지방신문협회 공동 기획=제주신보 김재범 기자 kimjb@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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