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인과 선글라스
농업인과 선글라스
  • 제주일보
  • 승인 2020.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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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여생 수필가

농부로서의 삶이 언젠들 한가할까마는 여름이 시작되면 파종 준비로 분주하기만 하다. 제초 작업도 해야 하고 무너진 밭담도 정리하고 물고랑도 점검해야 한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소소한 작업도 늘 남편과 함께하며 영농에 종사하고 있다.

그날도 파종 준비를 위해 한낮의 뜨거운 햇빛을 피하며 농사용 차를 타고 밭으로 이동한다. 강한 햇살에 눈이 저절로 감겨온다. 최근 들어 눈부심이 심해졌다. 눈의 노화가 진행되는 시기이기도 하지만, 컴퓨터, 휴대폰, 조명 등 주변 환경이 한몫하지 않았나 싶다. 눈 영양제도 꾸준히 복용하고 있지만, 한 시간 이상 책 읽고 컴퓨터 작업하기가 힘들 정도이다.

농사용 차에 올랐더니 남편이 쓰려고 놓아둔 선글라스가 있다. 별다른 생각 없이 써 보았는데 그 편안함이란, 마치 딴 세상을 만난 듯하다. 햇살에 반사된 주변의 시야가 부드러워지면서 눈부심이 확연히 덜하다. 자외선 차단을 위해 선글라스 착용은 기본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짬짬이 농사일을 도우면서 선글라스 착용은 괜스레 한량처럼 보이는 것 같아서이다.

눈은 빛에 민감하여 장시간 자외선에 노출되는 것만으로도 백내장의 원인이 된다. 주위에서도 백내장 수술을 하고 선글라스를 쓴 어르신들을 종종 보게 된다. 이분들 또한 오랜 야외 활동으로 각막에 화상을 입은 것이다. 나이 들어가면서 눈의 기능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지만, 충분한 관리와 예방으로 평생 좋은 시력을 유지할 수 있다면 최고의 건강관리가 아닐까 한다.

지인이 그랬다. 날씨와 상관없이 잠깐의 마실 정도도 늘 선글라스를 착용했더니 시력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좋아졌단다. ‘설마’하는 의아심에 멀리 있는 간판의 작은 글을 읽어 보이며 우리를 놀라게 한다. 이유는 분명하지 않지만, 선글라스 착용이 도움 되지 않았나 싶다.

‘선글라스’ 하면 멋 내기용으로만 생각할 때가 있었다, 여행의 필수품이자 패션의 완성이라며. 그러다 보니 바쁘게 살아가는 이들의 눈에는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는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다. 나 또한 그런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눈 건강에 소홀히 해 왔기 때문이다.

선글라스가 강한 자외선으로부터 백내장과 황반변성에서 조금이나마 안전할 수 있다면 더는 폼을 잡기 위한 한량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눈의 피로를 풀어주기 위해 따뜻한 물수건으로 마사지하는 것 이상으로 선글라스 착용은 우리의 눈 건강을 지켜주는 좋은 생활습관일 뿐이다.

선글라스에 대한 문화적 편견에서 오는 그릇된 사고방식이 개개인의 선택을 방해하고 있다면 지극히 편향적인 생각이 아닐 수 없다. 야외 활동 시 선글라스 착용은 필수이다. 자외선이 강한 낮 동안 뜨거운 햇살을 피할 수 없다면, 이제는 UV 차단 기능이 있는 용품으로 눈을 보호해야 할 것이다.

풍요로운 수확을 꿈꾸며 뜨거운 태양 아래서 농촌을 지키고 있는 농업인들, 건강한 먹거리를 위해 지금도 파종 준비에 여념이 없다. 늘 하는 일상이지만, 농업인의 건강한 삶을 위해 선글라스 착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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