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이 거주시설에서 학대 당해서야
장애인이 거주시설에서 학대 당해서야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지난해 제주에서 발생한 장애인 학대 사례 10건 중 7건 이상이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일어났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보건복지부와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최근 발간한 ‘2019 전국 장애인 학대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도내 장애인 학대 의심사례는 53건에 이른다. 전국 1923건의 2.8% 수준이지만 전남(46건)과 세종(51건)보다 많았다. 최종 제주지역 학대로 판정된 사례는 33건이었다.

이를 유형별로 나눠 보니 75.8%인 25건이 장애인 거주시설 종사자에 의한 학대 사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밖에 지인이나 부모에 의한 학대도 적지 않았다. 피해 장애인의 상당수는 지적·자폐성장애인 등 발달장애인이었다. 정작 장애인을 보호하고 감독해야 할 거주시설에서 가혹 행위가 발생했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어찌 보면 비일비재한 게 우리의 현실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장애인 거주시설이 학대공간인지, 보호시설인지 존재 가치가 헷갈릴 정도다. 더구나 장애인 학대 의심 및 확정 사례에 대한 제주지역의 상담·지원 횟수가 전국 최하위 수준에 그쳤다는 것도 심각하다. 평소 그 많은 관리인력들이 뭘 하는지 실로 부끄럽기 짝이 없다. 장애인 학대가 불거질 때마다 나오는 대책이 다 ‘그 나물에 그 밥’이 아닐까 싶다.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많은 학대가 발생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각종 대책에도 장애인 학대, 인권 유린 등이 근절되지 않기 때문이다. 근본 대안은 보고서가 지적했듯 ‘장애인 탈(脫)시설화’다. 장애인을 별도 시설에 수용치 않고 지역사회에서 자립해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현 정부의 국정과제이기도 하다.

분별력이 부족해 방어능력이 떨어진 장애인을 돌보기는커녕 학대 대상으로 삼았다는 건 지탄받아 마땅하다. 차제에 시설관리자의 학대 시 가중처벌 및 취업제한 등 현실적인 재발방지책이 강구돼야 한다. 장애인의 인권문제는 당사자에게만 맡길 수도, 법에만 의존할 수도 없다. 우리 사회 전체가 적극 나서야 할 사안이다. 그 나라의 수준을 보려면 사회적 약자를 어떻게 대하는지 알아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