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산에 방풍과 부채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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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석 수필가

며칠 전에 혼자서 단산(바굼지오름)에 올랐다. 단산은 높이가 158m, 둘레가 2566m이고 정상을 동서로 양분해 북쪽은 서귀포시 대정읍 인성리, 남쪽은 안덕면 사계리다.

어린 시절 봄철이면 동네 벗들과 ‘삘기’를 뽑아 먹기도 하고 ‘삘기’치기 놀이도 하고, 경사진 곳에서 썰매를 타다가 궁둥이 부분이 헐어 집에 오면, 어머니는 바지를 갈아입으라며 야단을 치던 추억까지 떠올랐다.

오름길을 오르며 일제강점기 때에 도민을 동원해 뚫은 진지동굴 입구 바위주변에 그렇게 많던 방풍과 부처손(다년생 상록 양치식물)이 한 포기도 보이지 않아 놀랐다. 방풍은 풍에 효능이 있다고 해 벗들은 뿌리는 캐지 않고 어린잎을 무쳐 먹으면 좋다며 어린잎을 뜯어 가져가곤 했고 부처손은 치질, 하혈, 통경, 탈항에 효험이 있지만 독성이 강해서 건드리지도 않아 보호가 됐다.

언제부터인가 부처손은 항암에 좋다고 해 몰지각한 오름 탐방객들은 너도나도 호미와 휴대용 곡괭이로 뿌리까지 채취해버려 방풍이나 부처손뿐만 아니라, 각종 들꽃마저도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오름을 좋아하는 탐방객의 집에는 오름에서 채취한 꽃과 야생초가 몇 본씩 심어져 있다는데 잘 가꾸고 있는지 묻고 싶다. 그리고 채취한 꽃과 야생초를 투명비닐봉지에 넣고 자랑하듯이 손에 들고 지역주민을 조롱이나 하듯이 자기들 끼리 시시덕거리며 자동차에 오르고 갔지만, 나는 씁쓸한 마음을 잊을 수가 없다.

오름 보호에 환경단체나 기업체, 청년회 등이 나서도록 행정이 지도와 지원 방안을 마련해 주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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