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로연수’
‘공로연수’
  • 제주일보
  • 승인 2020.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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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병 정치부장

민선7기 원희룡 제주도정이 2020년 하반기 정기인사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공직사회가 제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공무원 인사에 대한 관심도 많은 게 사실이다.

공무원 인사철이 돌아오면 늘 반복되는 논란이 있다. 바로 ‘공로연수’다. 공로연수는 오랫동안 근무한 지방공무원이 정년퇴직을 앞두고 사회적응에 준비하도록 시간을 주는 제도다.

행정안전부의 지방공무원 인사분야 통합지침을 보면 공로연수는 20년 이상 근속한 경력직 지방공무원 중에서 정년퇴직일 전 6개월 이내인 공직자를 대상으로 한다. 다만 지방자치단체장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는 정년퇴직일 1년 이내인 공무원까지 적용할 수 있다. 제주도는 통상 1년을 적용한다.

공로연수 기간 동안 공무원 신분이 유지되고, 특별수당 등을 제외한 보수 전액이 지급된다. 또한 개인별로 공로연수 일정을 짜게 되는데 교육훈련기관의 합동연수 60시간(사이버강의 20% 범위 내 포함 가능), 자원 봉사·멘토 등 사회공헌활동 20시간만 포함하면 된다.

이러한 공로연수제도가 당초 취지대로 활용되고 있느냐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사실상 1년 동안 일도 하지 않으면서도 월급을 받고 있기 때문에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위배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일부 공무원들은 공로연수를 월급을 받으면서 쉬는 시간으로 여기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당초 취지와 달리 공무원 조직의 인사적체를 해소하는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공직사회 밖에서는 “국민 혈세로 급여를 받으면서 장기 휴가를 즐기고 있다”, “공무원만 누리는 특혜”라는 비판도 나온다.

‘평생 공직에 헌신한 공무원들이 퇴직 이후를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라며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공로연수제도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올해 제주도 하반기 정기인사에서 5급 이상 공로연수 대상자가 4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4급 서기관급 이상만 20명에 달하는 상황이다.

공로연수에 들어가지 않으면 승진을 바라보는 후배들의 눈치를 보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공로연수 대상자들도 선배들의 공로연수로 승진의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결국 공무원 조직 내에서 승진과 직결되는 공로연수의 연결고리를 끊어내기는 결코 쉽지 않다.

공로연수에 들어가는 공직자는 20년 이상 근무한 행정 전문가다. 또한 59세의 나이로 고령화시대에 접어든 제주 지역사회에서 보면 그냥 쉬기에는 아까운 인력이 아닐 수 없다. 공로연수제도가 당초 취지와 달리 고위 공직자들을 조기에 퇴출시키는 제도로 변질돼서는 안된다.

당장 공로연수제도를 폐지하지 않더라도 당초 취지를 제대로 살릴 수 있는 합리적인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다른 지방에서는 공로연수 기간을 줄이고, 연수 기간 중에 성과물을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하거나, 지역사회에 대한 공헌을 확대하도록 하는 방안들을 도입하고 있다.

또한 공로연수 기간 동안 사회공헌 활동 시간을 정부의 지침에 규정된 시간보다 훨씬 더 많이 적용하거나 봉사단체나 시민사회단체와 연계해 사회적 지원 활동에 정기적으로 참여하도록 하기도 한다.

퇴직이 1년밖에 남지 않았지만 공로연수 대상자은 엄연한 공무원 신분이고, 도민의 혈세로 급여를 받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공로연수제도를 공직사회 내부에서 자기들끼리의 시선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도민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합리적인 개선책을 찾는 것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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