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무십일홍에서 배우는 사회적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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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혜경, 제주연구원 책임연구원/논설위원

한 달여 전 지인으로부터 꽃 화분을 선물 받았다. 예쁘장한 꽃이 당분간은 피어있을 줄 알았는데, 더위 탓인지 곧 시들해지고 말았다. 꽃이 진 아쉬움이었는지 불현듯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란 단어가 생각났다. ‘인무십일호(人無十日好),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인데, 월만즉휴(月滿卽虧)이니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 열흘 계속 좋은 일만 겪는 사람 없고, 열흘 붉게 피는 꽃도 없다. 달도 차면 기우는 법이요, 10년 영속하는 권세도 없다.

일부는 중국 고전에 있는 내용으로, 조선 말기 고종의 아버지였던 흥선대원군이 젊은 시절 세도정치기를 견디며 읊조렸다는 이야기가 남아있다. 이 말은 위정자들이 권세나 권력이 영원하지 않음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할 때 많이 이용되곤 한다. 그래서 눈앞의 욕심에 빠져 있을때야 말로 스스로를 낮추고 조심해야 함을 알려주는 문구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문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치 관계의 역학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0년 안에 권력 관계가 변하거나 전환될 수 있다는 것을 내포하고 있다.

이런 권력 관계의 변화나 전환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관계에 놓여있는 사람의 변화에서 올 수도 있고, 주변 상황의 변화에서 올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하나의 관계가 끝나면 새로운 관계가 형성되거나 찾아온다. 때로는 후폭풍이 거세게 올 때도 있다. 이 후폭풍을 어떻게 넘어서느냐에 따라 새로운 권력 관계의 인정 여부가 결정되기도 하며 관계의 정()()()이 완성된다. 이때 권력 관계가 합리적 관계로 형성된다면 안정성과 지속성은 오래 갈 것이나, 수직적 관계 및 권위적 관계로 형성된다면 안정성과 지속성은 상대적으로 떨어질 것이다.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고 하니, 이 말을 사용하던 조선 말기 정치적 권력 관계의 지속성은 10년을 넘기 어려웠던 것 같다. 달리 보자면 10년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합리적 요인들을 지속적으로 지켜내기 어려웠다는 말도 된다. 오늘날 정치 체제에 의한다면 정치적 권력 관계는 10년은 고사하고 4~5, 심지어 1~2년이 될 수 있다. 그만큼 권력 관계의 변화와 정반합의 속도가 잦음을 의미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런 권력 관계의 잦은 변화는 그것을 따르는 사람들에게 기회도 제공하지만 상당한 사회적 비용도 발생시킨다. 따라서 합리적인 관계 속에서 권력이 유지될 때, 사회적 비용도 줄어든다.

그렇다면 합리적 관계는 어디서부터 시작될 수 있을까?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가장 근본적으로는 신뢰를 쌓을 수 있는 진실 된 태도에서부터 비롯된다고 본다. 진실 된 태도가 신뢰를 낳고 신뢰는 평판을 낳으며, 합리성을 증진시켜 관계의 안정성과 지속성을 유지시킬 수 있다. 화무십일홍에서 배우는 권세가의 겸양과 겸손은 오늘날 진실 된 태도로 관계 맺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것은 가족 간, 친구 간, 동료 간, 노사 간 등 모든 사회적 관계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 그렇지 않고 관계를 수직적, 권위적으로 이해하여 권력형 압력을 행사하는 것은 진실 된 태도와 신뢰를 유지하기 어렵게 만들며, 합리적 관계를 저해한다.

며칠 잠시 생각해보니, ‘인무십일호(人無十日好),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인데, 월만즉휴(月滿卽虧)이니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는 말은 오늘날 사회적 관계에 대한 합리성을 증진시키라는 조언으로 해석을 해보아도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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