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오지마라”…코로나에 제주 벌초문화도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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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전국적 대유행 조짐 따른 것
민족 대이동 ‘엎친 데 덮친 격’ 우려도
도내 벌초 대행업체 예약·문의 폭주
벌초 모습. 제주일보 자료사진
벌초 모습.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제주시 아라동 주민 김모씨(39)는 최근 경기도에 사는 남동생에게 전화를 걸어 이번 벌초 때는 내려오지 말라고 했다.

수도권지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고, 제주에서도 확진자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바이러스 전파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김씨는 동생 내외가 사는 용인시에서도 코로나 확진자가 많이 나와 부모님과 의논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오는 추석 때도 내려오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제주시 이도2동에 거주하는 강모씨(49)는 벌초철을 앞둬 육지에 사는 남동생에게 내려오라고 할지, 말아야 할지를 놓고 고민 중이다.

강씨는 코로나 발병 이후 지역 간 이동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기는 했지만, 동생 없이 혼자서 많은 조상 묘를 벌초할 생각을 하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제주 특유의 벌초문화까지 바꿔놓고 있다.

추석에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가는 다른 지역과 달리 제주에서는 음력 81일부터 추석인 15일 전까지 벌초를 한다.

벌초는 일가친척이 다 함께 조상의 묘를 찾아다니며 벌초를 하는 모둠벌초’, 직계 조상의 묘를 벌초하는 가지벌초’, ‘개인벌초’, ‘가족벌초등으로 나뉜다.

그중에서도 모둠벌초는 제주의 매우 중요한 행사로 여겨진다. 타지역에서 살더라도 모둠벌초만큼은 집안 식구 전체가 참여하지 않으면 안 되는 불문율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그 불문율이 전국적으로 코로나19 대유행 조짐을 보이면서 점점 깨지고 있다.

지역 감염 확산에, 깜깜이 확진자까지 퍼지는 상황에서 민족 대이동이 엎친 데 덮친 격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 때문인지 현재 도내 벌초 대행업체에도 예약과 관련 문의가 폭주하고 있다.

벌초 대행업체 4곳을 확인한 결과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인 작년 이맘때와 비교해 예약이 적게는 30%가량 증가했고, 2배 이상 늘어난 곳도 있었다.

한 대행업체 관계자는 전화 문의도 하루 20건 이상 오고 있다문의자 대부분은 코로나 때문에 고향 방문을 걱정하는 육지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자손이 모이는 문제 때문에 내려오느냐”, “안 내려오느냐를 놓고 갈등을 빚는 가족 역시 상당히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원희룡 지사는 1일 대도민 메시지를 통해 벌초 시즌과 추석 연휴 기간 수도권지역 도민의 제주 왕래를 자제할 것을 강력히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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