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이 40~50㎝ 물 차올라…해양쓰레기도 떠밀려와
탑동광장 인근도 난장판…신호등 고장에 사고 위험도
“잠을 자는데, 옷이 젖어서 깜짝 놀랐죠. 소방관들 없었으면 정말 큰일 날 뻔했어요.”
제9호 태풍 ‘마이삭’이 몰고 온 폭우에 만조까지 겹치면서 저지대인 제주시 병문천 하류 일대 마을이 쑥대밭이 됐다.
3일 오전 제주시 삼도2동 삼도119센터 인근 마을은 해조류와 플라스틱 등 각종 해양쓰레기로 곳곳이 뒤덮여 있었다.
주민들은 집 마당과 마을 일대 수북이 쌓인 쓰레기들을 치우느라 분주했다.
이곳 일부 마을 안길에는 지난 2일 오후 태풍이 제주를 통과하며 바닷물이 방파제나 방조제의 마루를 넘는 월파 현상이 발생해 성인 남성 종아리 높이인 약 40~50㎝까지 물이 차올랐다.
이는 차량 타이어를 덮을 정도의 수위로, 당시 대다수 주택 마당이 침수됐으며, 일부 주택는 바다에서 넘어온 물에 집 안까지 피해를 봤다.
주민 김영조씨(72)는 “잠을 자는데, 갑자기 등이 물에 젖어 깜짝 놀랐다. 집 안으로 들어온 바닷물을 닦아내느라 한숨도 못 잤다”면서 “다행히 삼도119센터 소방관들이 침수 피해 주민들을 센터로 긴급 대피시키면서 큰일은 발생하지 않았다”며 급박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마을 골목길에 널브러진 쓰레기를 치우던 한 주민은 “큰 규모의 태풍이 올 때마다 매번 이러니 환장할 지경이다. 이사를 할 수도 없고 답답하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삼도119센터 인근에 있는 노숙인 지원 시설도 침수를 피하지 못했다. 당시 시설 건물 창고에는 노숙인들에게 지급할 옷과 가스버너 등 생활용품들이 있었지만, 창고 바닥이 침수되면서 물품 상당수를 폐기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근처 탑동광장 일대 역시 태풍이 몰고 온 각종 해양쓰레기로 난장판으로 변했다.
공무원과 지역 자생단체 회원, 마트와 호텔 관계자들은 광장 주변에 밀려든 쓰레기를 수거하는 등 피해 복구에 여념이 없었다.
중장비가 투입된 도로 일부 구간은 진입이 아예 통제된 상태였고, 고장 난 신호등에 대한 복구 작업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교통사고 피해도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이와 관련, 제주시는 태풍으로 큰 피해가 발생함에 따라 신속한 피해 복구를 위해 모든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