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태풍에 최장 장마까지…제주 농가 망연자실
잇따른 태풍에 최장 장마까지…제주 농가 망연자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당근밭 침수되고 강풍에 싹들 쓸려나가…재파종 사실상 불가
지난 8월 파종·정식 이뤄진 비트·양배추 등 어린싹·모종 쓰러져
7일 제주시 애월읍 신엄리에서 만난 정재훈씨가 자신의 비트밭을 가리키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
7일 제주시 애월읍 신엄리에서 만난 정재훈씨가 자신의 비트밭을 가리키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

열흘 새 강한 비바람을 동반한 ‘바비’, ‘마이삭’, ‘하이선’ 등 태풍 3개가 제주를 강타하면서 농산물 파종과 출하에 비상이 걸렸다. 

7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지난 2일 제주를 할퀸 제9호 태풍 ‘마이삭’ 여파로 도내 농경지 1255㏊가 침수됐다.

지난달 26일 제주도 서쪽 해상을 통과한 태풍 ‘바비’로 인한 농작물 피해 접수 농경지는 제주시 239㏊, 서귀포시 50여 ㏊에 이른다.

여기다 7일 제주도 동쪽 해상을 지난 태풍 ‘하이선’도 제주에 강풍을 동반한 많은 비를 뿌렸다.

지난여름 역대 최장 장마에다, 연이은 태풍 영향까지 받은 농민들은 망연자실한 상태다. 

도내 당근 최대 주산지인 제주시 구좌읍 당근밭은 잇따른 태풍 탓에 대부분이 침수되고, 강풍에 싹들이 쓸려나갔다.  

당근은 이미 파종 시기(7~8월)가 지나 재파종이 어려운 실정이다.

당근 재배 농민은 사실상 올해 농사를 포기하거나, 월동무 등 다른 작물을 심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지난달 하순부터 파종과 정식이 이뤄진 비트(빨간 무)와 양배추, 브로콜리, 월동무 등의 어린싹과 모종도 태풍이 몰고 온 강풍과 폭우에 힘없이 쓰러졌다. 

어린 모종 뿌리가 비바람에 흔들리거나 침수되면 상품성이 떨어지고, 생산량이 줄어든다.

제주시 애월읍 신엄리에서 비트를 재배하는 정재훈씨(61)는 “강풍과 침수로 80% 이상이 죽어 수습하기 어려울 정도”라며 “오는 11월 말부터 수확할 생각이었는데, 막막하다”고 말했다.

신엄리에서 양배추 농사를 짓는 이봉근씨(53)도 “정식한 모종 대부분이 피해를 봤다”며 “다른 모종을 구하기도 어렵고, 정식 시기도 늦어서 농사를 접어야 할 판”이라고 했다. 

추석 명절 출하를 앞둔 감귤 농가도 울상을 짓고 있다. 감귤의 경우 많은 비를 맞으면 당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제주도 농업기술원 관계자는 “많은 비가 내린 뒤 서둘러 방제 작업을 하지 않으면 농작물이 병해충에 걸릴 수 있고, 다시 파종하려면 시일이 걸릴 수 있다”며 “당근 같은 경우 파종 시기가 지나 대체 작물인 월동무를 파종하게 되면 과잉 재배로 가격 하락도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