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평형수와 균형
선박평형수와 균형
  • 제주일보
  • 승인 2020.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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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택, 前 탐라교육원장·수필가

물러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찜통더위도 시간의 흐름을 이기지 못하고, 세월이 불러오는 바람에 밀려 기억 저편으로 사라지고 있다. 혹독했던 무더위가 가더니, 가을이 성큼 다가섰다. 살짝 이는 바람에 실려 가듯 옛 기억을 더듬게 하는 구월이다.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기운이 감도는 좋은 계절임에도 마음 편치 못한 건 웬일일까.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나라를 경험하는 것일까, 올해는 유독 어렵고 힘든 나날이었다. 코로나19로 생활환경을 바꿔놓더니만, 폭염과 폭우, 긴 장마로 고된 나날을 보내야만 했다. 설상가상으로 태풍이 연이여 세 개가 들이닥쳐 온통 나라가 아수라장이 되었다. 자연을 거스르는 인간에 대한 응징일지도 모를 일이다.

때를 같이해 정가에서는 부동산정책이 연일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머리를 맞대어 풀어도 시원치 않을 판에, 내 편 네 편 둘로 나누어져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균형을 잃고 허덕이는 선박이나 다를 바 없어 안타깝다.

선박에는 평형수가 있다. 안전한 운행을 위해 배의 밑바닥이나 좌우에 설치된 탱크에 채워 놓는 바닷물이다. 화물을 선적하고 있을 땐 바닷물을 빼버리고 화물을 내리면 다시 물을 채워 선박의 중심을 잡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 사회도 평형수와 같은 균형이 필요하다.

요즘 법무부장관 아들의 병역비리로 정치판이나 국민들 사이에서 입씨름이 한창이다. 서로가 자신들의 주장이 옳다고 한다. 한 치도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본말이 전도된 느낌마저 든다. 남자로서 국방의 의무는 당연한 것이다. 옳고 그름을 떠나 떳떳한 군인이라면, 자신의 병영생활에 책임질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당당한 대한민국의 장병으로서 남에게 책임을 전가할 일이 아니다. 앞장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사자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오히려 주변 사람들이 나서 서로 편을 갈라 진흙탕 싸움이다.

과거 우리 선배들의 군 생활은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규율을 엄격하게 지키고, 명령과 복종을 최우선으로 삼았다. 그러나 오늘날 병영생활은 너무 편하고 자유로워, 누란지세의 나라를 지킬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얼마 전 국방중기계획에 따르면, ‘2025년 병사 월급 96만 3000원으로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군대 가야 하는 20대와 부모 입장에서 월급 100만 원을 주고, 복무 기간도 줄여준다는 공약은 솔깃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고 희생한 국가유공자에 대한 예우는 미미한 편이다. 국가유공자 상이 7급은 45만 원이 고작이다. 나라를 위해 희생된 대가치고는 너무나 초라하다. 그런데도 누구 하나 일언반구도 없다. 국방의 의무를 하는 장병보다 나라를 위해 희생한 국가유공자에 대한 무관심은, 장차 이 나라를 위해 누가 희생 할 수 있을 것인지, 개탄스럽다.

우리 몸이 균형을 잃으면 건강을 해치고, 더 나가서는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가정이나 사회, 국가도 균형을 잃으면 안전을 보장받을 수가 없다.

공인과 지도자라면 과거ㆍ현재ㆍ미래의 흐름을 보는 역사학적 통찰력과 지역정세를 세심하게 관찰하는 안목이 있어야 하고, 남을 탓하기 전에 솔선수범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선박의 안전을 위해 평형수를 채우듯, 우리 사회도 안정과 평화를 위해서는 차별 없는 구조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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