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효자는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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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업, 전략사업본부장 겸 논설위원

“이번 추석엔 총리를 파세요.” 정세균 국무총리가 최근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나를 팔라”고 호소해 눈길을 끈다. ‘비대면 추석’을 권유하며 페이스북에 “총리 핑계 대고 고향에 가지 말라”는 게시물을 잇따라 올린 것이다.

게시물은 정 총리의 캐리커처와 삽화가 포함된 만화형식의 그림 카드다, 부모님편, 자녀편, 삼촌편이 있다. 각 편에 ‘얘들아, 올 추석엔 내려오지 말아라’, ‘어머니, 아버지, 고향 안 가는 게 진짜 효도래요’, ‘이번 추석은 부모님을 위해 멀리서 정을 나누라’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전국적으로 대규모 인구 이동이 예상되는 추석이 다가오고 있다. 그럴수록 코로나 3차 대유행에 대한 우려가 크다. 이에 정부는 국민들에게 ‘고향 방문 자제’를 거듭 권고했다. 살다보니 별일이 다 있다. 정부가 나서 고향 못 가게 국민들을 막고 있어서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들도 거기에 힘을 보탰다. 지자체마다 고향에 오지 말라고 손사래를 치고 있는 게다. ‘불효자는 ‘옵’니다’, ‘조상님은 어차피 비대면, 코로나 걸리면 조상님 대면’, ‘올 추석엔 안 와도 된데이’등 곳곳에 내걸린 현수막이 그 방증이다.

▲조선시대에 홍역, 천연두는 무서운 전염병(이하 역병)이었다. 역병이 돌면 외지인 출입 금지, 모임 금지 등 사람 사이 접촉 기회를 최대한 줄이는 게 유일한 예방법이자 치료법이었다. 역병이 유행할 때 조상들이 추석 차례를 건너뛴 이유다.

실제 기록도 남아 있다. 경북 예천에 살던 권문해는 ‘초간일기(1582년)’에서 “역병이 번지기 시작해 차례를 행하지 못하니 조상님께 몹시 송구스럽다”고 했다. 안동 하회마을 류의목도 ‘하와일록(1798년)’에서 “천연두가 극성을 부려, 마을에서 의논해 추석에 제사를 지내지 않기로 정했다”고 했다.

▲정부와 지자체가 추석 연휴기간 귀성 자제를 요청했더니 고향 안 가고 여행가는 이른바 ‘추캉스족’(추석+바캉스)이 제주로 몰리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는 26일부터 일주일간 제주 방문객은 30만명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반갑기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도민들의 불안감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입도객에 의한 코로나 전파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어쩌랴. 강제로 오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대신 방문객들은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으면 고발, 구상권 청구 등의 페널티를 받는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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