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와 산 자
죽은 자와 산 자
  • 제주일보
  • 승인 2020.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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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성.명상가

부모와 자식의 인연은 정해진 수순이고 서로에 대한 약속이다. 어떤 삶을 살지는 자유의지이지만 보고 배운 기억은 어디엔가 남겨진다. 폭력적인 사람의 대부분은 어려서부터 폭력을 습관처럼 받아들였고 당연시했다. 같은 형제라도 다르게 살아야겠다는 열정을 보이며 노력하면 자랑을 만들어내지만 타성에 젖어 세상을 탓하면 못난이가 되기도 한다. 척박한 환경에서 꽃을 피웠다면 한 단계 성장이요, 후자인 경우라면 낙제점 성적표를 받은 채 죽은 후에 부끄러움에 고개를 숙여야 한다.

중년의 여인이 찾아온 이유는 자녀들과 사이가 원만하지 못하고 하는 일마다 꼬여 답답하다다는 것이었다. 살아온 과정을 되돌아보니 애처로워 보이기까지 했다

친정아버지는 외국배를 타는 선원이었는데 바다에서 실종됐다는 통보를 한참이나 지나서야 들을 수 있었고 어머니는 몇 해 전에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했단다. 오빠가 제사를 모시는데 시누이가 보기 싫어 들여다보지도 않는단다. 남편은 지독한 의처증 환자로 폭언을 일삼고 잠도 재우지 않고 같은 말을 되풀이한단다.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잠시 몸을 숨겼는데 그새를 못 참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단다. 남매를 두었는데 딸은 이혼을 하고 혼자 살고 있으며 아들도 자취방에서 두문불출하며 주식에 빠져있단다. 조금 있던 돈을 탕진하고 이제는 사채까지 끌어다 쓴단다

보다 중요한 것은 엄마의 나쁜 행실이 이런 결과를 낳았다고 생각해 이제는 남이 되었단다. 손주들 얼굴이 아른거려 눈물로 대신하는데 꼭 도움을 달란다

나름의 격식을 차리고 영혼들과 대화를 해보니 그의 아버지는 자신이 죽은 날이 언제라고 알려주며 한 번이라도 정성을 들여 제사를 지내주면 원도 한도 없겠단다. 어머니는 자녀들의 관계 회복을 언제나 기원한단다. 남편은 자신의 어머니가 바람을 피워 가정불화로 집을 나가는 통에 여자에 대한 막연한 미움이 있었단다. 이전 생에도 비슷한 예가 있어 반드시 고쳐보겠다고 했지만 또 실패한 인생을 살았다고 자조적인 한탄을 했다

계절이 바뀐 후 온 소식은 식구끼리 똘똘 뭉쳐 도시락 장사를 시작했는데 잘한다고 소문이 나서 한결 사정이 나아졌단다

이번 추석에는 가족에 대한 진정한 의미의 애틋함을 더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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