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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숙 제주복식문화연구소장

올 추석은 난생처음 경험해 본 추석이었다. 타지에 나간 자녀들이 명절에 내려오지 않으면 불효자처럼 여겼는데 올 해는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내려오지 말라고 집안마다 통별을 하여 조촐한 추석명절을 지내게 되었다. 대가족이 한 자리에 모이면 반갑고 또 힘든 자녀들로 인해 한숨짓기도 하지만 그래도 보는 것만으로도 새 힘을 얻을 수 있는 것이 가족이다. 올 추석은 기다리던 가족을 만날 수 없어 서운했지만 그래도 모처럼 한가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덕분에 달구경도 하면서 우리 아이들도 저 둥근달을 보겠구나 생각하니 쉽게 자리를 뜰 수가 없었다. 우리는 갈 수 없고 볼 수도 없으나 저 달은 어디서나 볼 수도 있고 또 다 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많은 사람들이 달을 보면 더 고향과 가족이 생각나겠다 싶었다. 그 마음이 시가 되고 노래가 되어 마음을 달래보곤 하였을 것이다.

벗들과 뒷동산에 올라 달맞이를 하며 소원을 빌기도 하였던 보름달, 옛 어른들은 욕심을 내려놓는 훈련장이 되기도 하였던 것 같다. 둥글게 떠 있는 저 달이 내일이면 더 커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기울어 감을 보았고 다 기울어 없어지나 했는데 다시 조금씩 차오르기 시작함을 보면서 달은 차면 기울고, 기울고 나면 다시 차오는 것이 이치임을 깨닫게 되었던 것일까. 자식을 키울 때도 많이 가졌음에도 좋은 음식, 좋은 의복을 입히기보다 거친 기장밥과 거친 옷을 입히며 복을 아껴주는 것으로 자식에 대한 사랑을 표했던 것이다. 지금과는 다른 방식일지는 몰라도 어떤 것이 옳은지 생각에 따라 다를 수 있으나 자연의 이치로 삶을 들여다보며 욕심을 내려놓았던 지혜는 참 소중하다.

우리 모두는 무엇을 하든 행복한 삶을 향해 가려고 안간힘을 쓴다. 저 정도면 행복할 것 같은데 하면서 자꾸만 다른 사람이 가진 것만 바라보고 있다. 끝없는 욕심이 행복으로 가는 길을 가로 막고 있지는 않은지 달을 보며 생각해 본다. 둥근달만 향해서 순간순간의 소중함을 잃어버리고 달려오지는 않았는지. 그리고 둥근달이 되면 다시 기울게 되는 것을 생각은 하고 사는지.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저 둥근 보름달도 좋지만 초승달도, 그리고 그믐달도 다 소중하다고 느껴질 때 행복의 문이 열리는 것이 아닌가 싶다.

여름이 지나면서 옷장 정리를 하였다. 입지 않고 걸어두었던 옷들을 더는 옷장에 두지 않고 재활용통으로 보냈다. 다음에 입겠지 하면서 걸어 두길 몇 해인지 모른다. 다 소중하다고 여겼는데 입지 않는 것은 소중한 것이 아님을 알게 된 것이 다행이다. 정리가 잘 된 옷장처럼 마음도 내려놓아야 될 것들을 정리하며 가을의 맑은 하늘을 바라본다. 참 곱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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