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생계 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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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중 논설위원

빅토르 위고의 작품 ‘레미제라블’의 주인공 장발장은 세계문학사에서 가장 유명한 생계형 범죄자이지 싶다. 굶주림에 시달리는 조카들을 위해 빵 한 조각을 훔쳤다가 죄수생활을 하기 때문이다. 19년이나 감옥살이를 한 끝에 빛을 보게 된 그는 한 사제의 도움을 받아 새로운 사람으로 태어난다.

2010년 미국에선 ‘현대판 장발장’ 사연이 상세히 보도됐다. 당시 LA 카운티 법원은 25년형을 선고 받고 13년째 복역 중인 그레고리 테일러의 석방을 명령했다. 그는 14년 전 한 교회에서 음식을 훔쳐 먹으려다 붙잡혔다. 사소한 잘못이었지만 이미 10달러 든 지갑을 훔치는 등 전과 때문에 ‘삼진아웃법’에 따라 가중처벌됐다. 로스쿨 중심으로 너무 심하다는 여론이 확산되자 법원이 석방 판결을 내린 조치다.

▲코로나19 사태가 계속되면서 근래 우리 사회도 절도 같은 생활고형 범죄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수원에서는 일당 노동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던 40대 남성이 고시원에 들어가 달걀 18알을 훔쳤다. 일거리가 없어지고 무료급식소까지 문을 닫자 생계 범죄를 저지른 거다. 강원도에선 남의 밭에서 배추 몇 포기를 슬쩍하던 70대 남성이 검거되기도 했다.

검찰의 ‘분기별 범죄 동향 리포트’에도 생활고 범죄 증가세가 잘 드러난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1분기에만 범죄 건수가 전년 같은 기간보다 5% 증가한 40만건을 훌쩍 넘어섰다. 특히 사기·절도 등 재산범죄가 가장 많이 증가했다고 한다. 한마디로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서민들의 삶이 팍팍해지면서 나타난 경향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우리 세대에 경험해보지 못한 코로나19 위기 속에 생계형 범죄를 넘어 막다른 선택도 늘고 있는 현실이다. 실업과 주가 폭락 등에 이은 생활고가 주요인이다.

문제는 경제난의 고통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나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불황의 그늘과 삭풍은 늘 민초들의 옷깃부터 파고 든다. 어느 시대든 없는 이들의 고통은 변함이 없다는 게 역사의 가르침이다.

물론 생계형 범죄도 누군가에게 해를 입히기에 명백한 범법이다. 그렇다고 법을 어기면 안 된다고 양심과 도덕에만 호소하기도 어려운 시국이다. 최소한의 희망을 잃지 않도록 사회안전망을 재정비할 때다. 그나저나 찬바람이 부는 계절이 코앞인데 알바라도 찾겠다며 나도는 이들이 많아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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