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쭐한 교만
우쭐한 교만
  • 제주일보
  • 승인 2020.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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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성.명상가

시대의 흐름은 얼마나 부자이고 가난한지 이쪽 저쪽 편 가르기를 한다. 겉치레의 화려함은 교만이고 순수했던 의도는 낙서로 남겨진다. 변하지 말자는 초심은 기억 저편으로 사라진다. 하지만 짧은 쾌락 뒤에는 천국과 지옥의 갈림길에서 어떤 선택을 받을지 두려움에 떨어야 한다.

조용하고 차분히 가을처럼 찾아오신 분이 안타까운 사정을 털어놨다. 가진 게 없고 배우지 못했지만 성실한 모습에 반해  결혼했고 열심히 땀 흘려 살림 늘려 가는 재미에 시간이 어찌 가는지조차 모르고 살았단다. 그러다 제격인 가게를 헐값에 인수받아 농수산물 유통을 시작했는데 점차 안정을 찾아가고 이게 행복이구나 할 때 즈음 남편에게 수상한 변화가 생겼단다

분수에 안 맞는 사치로 부부 싸움이 잦아지고 급기야 바람까지 피웠다. 부끄러워 쉬쉬했더니 이제 공공연한 자리에서 그 여자를 부인이라고 소개한단다.

법으로 호소해도 누구 좋은 일만 시키는 거 같고 일말의 정까지 떨어져 이혼을 기정사실로 하고 있는데 억울하고 분해서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두 사람을 혼내주고 싶단다. 그러면서 말꼬리에 혹시 이러면 자신에게 어떤 불이익이나 이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 걱정이 든단다.

양심이다. 그것은 잘못을 반성하라는 의미이고 마음의 상처는 남겠지만 어떤 것이 옳은지는 스스로 판단하라고, 그럼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런 대화 끝에 뼈아픈 교훈으로 삶의 본질에 대한 깨우침을 주기로 했다

돈으로 했던 자랑은 시기와 질투를 불러내 소문을 만들었고 불륜이라는 꼬리표는 발 없이 천리로 퍼져나갔다. 뜻하지 않은 거래처 부도로 고스란히 피해 금액을 물어줘야 했으며 장마와 태풍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어 회복이 어려운 상태까지 이르렀다. 엎친 데 겹친 격으로 연락 두절이라던 상간녀의 남편이 나타나 반강제로 사채까지 얻어 입막음을 했단다. 작대기 하나에 의지했던 지게처럼 위태로웠던 모든 것은 순간 무너졌으며 불신과 미움으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헛된 망상은 허구였음을 알았을 때는 한 달이 채 걸리지 않았다

손님은 이런 상황에 미리 대비해서 구경에 그칠 수 있었고 작지만 소중한 시작을 했다. 안부는 잘했다는 칭찬보다는 숙제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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