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 길
오름 길
  • 제주일보
  • 승인 2020.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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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수 시인·수필가·아동문학가

봉긋 봉긋 꽃 봉우리처럼 하늘 높이 솟아올랐다. 울 엄마 젖가슴처럼 말이다. 집 뒷문을 열면 도랑쉬오름이 한 눈에 들어선다. 마음이 답답할 때면 시골집을 찾아 뒷문을 열고서 가슴을 활짝 펴본다. 드넓은 들판이 전개된다.

늦은 봄부터 시작이다. 동네 소들이 추운 겨울을 외양간에서 지내고나면

초원을 향해 활기찬 모습으로 새벽길을 달음질친다. 올래 밖으로 나오는 소들을 연못가에서 반기는 목동. 오늘은 소떼들을 몰아 도랑쉬오름 기슭에서 함께하는 번()소 보는 날이다. 보름에 한 번 돌아오는 당번 서는 날이

기다려지는 마음, 그리움으로 다가선다. 아름다운 추억은 소 너 다섯 마리를 길렀던 외할아버지의 배려였다.

섬에선 어느 마을에서든 크고 작은 오름을 접하고 있다. 오름 자락에 살을 붙였고 뼈가 묻혀 있다. 세고 약한 바람이 불어오고, 안개와 비구름이 멈추질 않는다. 얼과 혼이 서려있고, 역사의 현장이기도하다. 그 차림새가 저마다 독특함을 뽐내고 있지 않는가. 능선을 바라보면 관능적이다. 잘록한 허리며 두툼해진 엉덩이며, 자신의 몸을 낮추어 보다 넓은 대지를 끌어안고 있다. 끊어질 듯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으면서 수직이 아닌 수평의 미학을 그려내고 있다. 무더기로 돋아나는 야생초, 계절마다 피어나는 색색의 야생화, 오름이 빚어내는 빛깔이며, 감촉마저 다르게 느껴진다.

용눈이오름 마치 용이 누워있는 형체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졌다고 한다. 선조의 묘가 중턱에 자리하고 있어서 해마다 벌초 때면 찾아뵙는다.

소싯적 걸음과 지금은 다르다. 60년 전일이기에. 오름에는 지금처럼 길을 내주지 않았다. 사람들이 많이 오르내리는 일이 없어서 성묘할 때만 찾았기에 그렇다.

사람들이 지나치게 몰리다보면 어딘가 탈나게 마련이다.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도내 어느 오름도 예외가 아니다. 섬 속의 368개 오름이 많이 변하고 있다. 상처투성이다. 탐방 길을 중심으로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 걸음 걸음이 지나간 자리에는 캔과 페트병, 플라스틱 등 무분별하게 버려지면서 수풀에 뒤엉켜 악취가 발생하는 상황이다. 날이 갈수록 오름의 원형이 완전히 잃을 정도로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더 이상 생태계가 파손되지 않도록 특단의 조치가 필요할 때다. 한 번 파손된 환경을 되살리는 게 얼마만큼 어렵다는 것은 경험에서 불 보듯 빤한 일이다. 휴식년제를 확대 시행한다거나 탐방을 윤년제로 시행하는 보존 대책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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