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보호·관리 수준이 이 정도라니
문화재 보호·관리 수준이 이 정도라니
  • 함성중 기자
  • 승인 2021.02.0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도내 문화재 보호·관리에 큰 구멍이 뚫렸다. 그제 제주도 감사위원회가 공개한 ‘세계유산본부 종합감사’ 결과를 보면 문화재 관리 실태가 엉망이어서 유감이다. 우선 국가·제주도 지정 문화재 179곳 중 삼성혈 등 54곳은 재난 대응 매뉴얼을 작성하지 않았다. 나머지 관덕정 등 125곳에는 매뉴얼에 포함돼야 할 도면과 소방시설 현황이 없었다. 의무 조항인데도 깡그리 무시하는 그 무신경이 놀라울 따름이다.

특히 도가 관리하는 비지정 문화재에 대한 점검 결과는 더 참담하다. 전체 1634곳 가운데 동굴 150곳과 환해장성 18곳 등 일부만 관리되고 있을 뿐 대부분 비지정 문화재가 방치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도난 대응 매뉴얼 작성도 부실했다. 의무 대상인 문화재 149점 중 탐라지도와 지도병서 등 5점은 매뉴얼이 아예 없었고, 나머지 132점은 도난방지시설 현황 등이 제대로 첨부되지 않았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이번 도감사위원회를 통해 드러난 제주 문화재행정의 현주소는 부끄러운 수준이다. 총체적 부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후 조치로 31건의 행정 처리와 4800만원을 회수할 것을 제주도에 요구한 모양이다. 결코 여기서 머물러선 안 된다. 문화재를 가꾸고 보호하는 일에 응당 예산을 투입해 허술한 점을 바로잡아야 온당한 일이다. 세계자연유산의 명예와도 관련된 일인 만큼 당국의 신속한 대처가 중요하다.

문화재는 선조들이 남긴 문화적 산물이다. 선인들의 혼과 숨결이 녹아 있어 우리의 뿌리를 찾고 정신문화를 일구는 데 중요한 가치를 갖는다. 게다가 한 번 손상되면 원형복구가 어려워 평소 그 가치를 보존하는 게 중요하다. 체계적 방범시스템과 관리매뉴얼이 필요한 까닭이다.

당국은 이제라도 문화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관리·보전하는 데 전력해야 한다. 기념물로 지정했으면 그에 맞는 관심과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는 말이다. 덜렁 안내표지판 설치로 그쳐선 안 된다. 전문 인력을 확충하고 예산을 늘려야 할 것이다. 소중한 문화재를 보존하고 후세에 물려주는 것은 우리의 책무다. 당국은 더 늦기 전에 문화재 관리를 정상화하기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