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자유전(耕者有田)
경자유전(耕者有田)
  • 제주일보
  • 승인 2021.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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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찬 수필가

노도와 같은 새마을운동을 잊을 수가 없다. 초가지붕이 개량되고 골목길이 넓혀지고 도로포장이 되면서 경운기 소리가 주위를 흔들었다. 드디어 배가 고파도 가족을 위해 슬며시 수저를 놓던 보릿고개 시절은 지나갔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휴경농지가 없었다. 한 평이라도 경작지를 넓히려고 중장비를 이용하여 암반을 제거하고 객토를 하면서 생산에 열을 올렸다.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부지런히 땀 흘리면서도 사는 게 그러려니 불평불만이 없던 시절이었다.

마을에 빈집이 늘어가고. 휴경농지도 늘어간다. 우마를 경운기가 몰아내더니 트랙터가 경운기를 밀어냈다. 포장도로에 농업용 차량이 편히 다니는데도 휴경농지는 늘어만 간다. 길가에 김 구장 네 기름진 밭 역시 억새가 뿌리를 내리더니 꿩이 알을 낳는 묵정밭으로 변했다.

헌법과 농지법 규정으로 농업인과 농업법인만 농지를 소유할 수 있다는 것을 농민도 알고 있다. 국민 과반수가 농업에 종사하던 시절, 많은 국회의원이 농업인과 불가분의 관계였을 당시에는 농민도 힘을 얻었다. 농업과 관계없는 국회의원이 많아지자 1996년에 도시인도 농지를 소유할 수 있게 되었고 2003년도에는 비농업인도 주말농장, 체험농장으로 1000㎡ 미만 농지 취득이 가능해졌다.

농업인은 흙을 품고 살지만, 자금 마련이 어려워 쉽게 농지를 매입할 수가 없다. 땅을 돈으로 보는 비농업인이 고가로 투기한 밭을 임차하거나 무임으로 영농을 한다. 개인소유 농지라야 정성으로 김도 매고 퇴비도 듬뿍 넣을 텐데 기약이 없으니 화학비료 과잉 시비로 눈앞에 소득에만 급급할 수밖에 없다. 흙은 점점 황폐해져 가고 농약 잔량을 염려하는 농산물은 소비자로부터 외면당하기에 십상이다.

비농업인은 농경지를 사들이는 데 능사다. 일 년 내내 비료 한번 만지는 일 없는데 어떻게 농업인으로 둔갑하고 거래를 하는지 기가 찰 노릇이다. 행정에서 영농실태 조사는 하는 가 본데 별로 달라지는 것도 없다. 농사를 연극으로 아는지 유채를 파종만 하고 수확은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잡초가 키를 넘어 주위의 밭으로 씨가 날리는데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런 사람이 수해 또는 재해 등으로 보상받는 경우에는 앞줄에 서있다.

경자유전도 옛말이 되어 간다. 마을마다 바닥나기가 있다. 어느 농지가 비농업인이 투기로 매입된 땅이란 걸 안다. 기간이 지나면 바뀌는 공무원보다 지역 바닥쇠로 농지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 분기별 지번별 경작 확인을 맡기는 게 더 정확하지 않을까 한다.

비농업인이 상속으로 농지취득 시 농사를 짓지 않으면 2년 이내 처분해야 하고 이농인 경우에도 4년 이내 처분해야 한다. 농지를 계속 소유코자 할 때는 농어촌공사에 위탁임대를 하는데 실제 얼마나 투명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모른다. 임대 위탁된 토지가 같은 지역 농업인과 정보를 공유했다는 소식도 들은 바가 없다.

농지취득 후 비료, 농약, 출하확인과 본인의 경작 또는 소작 확인 등으로 경자유전의 질서를 지켜갈 때 투기를 방지하면서 농촌의 휴경농지는 줄어들 것이다. 기름진 땅에서 고품질 농산물이 생산될 때 식탁은 풍성해지고 국민의 건강은 지켜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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