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절할 수 없는 제안’
‘거절할 수 없는 제안’
  • 고동수 기자
  • 승인 2021.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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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논설위원

“그에게 절대로 거절하지 못할 제안을 할 거야.”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의 마피아 대부를 둘러싼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대부Ⅰ’에 나오는 대사 중 일부다.

강력한 카리스마로 조직원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대부 콜레오네(말런 브랜도)에게는 부탁과 청탁이 쇄도한다. 영화에 출연하고 싶다고 애원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상대를 혼내주라고 하는 이도 있다. 어떤 모든 것도 그에게 가면 일사천리로 해결된다. 그의 제안을 받은 상대는 누구라도 무한의 공포심을 느끼거나 치부가 드러날까 전전긍긍하기 마련이다.

한 영화감독은 잠에서 깨고 나서 경악한다. 이불 속에는 목이 잘린 자신의 애마가 있었다. 조직원의 영화 캐스팅을 거부했다간 말처럼 될 수 있다는 것을 내비친 것이다. 그의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지’라는 점잖은 말속에는 ‘죽고 싶지 않으면 받아들여라’라는 섬뜩함이 배어 있다.

▲코로나 시대를 맞아 당·정·청이 국민을 향해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쏟아내고 있다. 긴급재난지원금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4·15 총선을 앞두고 첫선을 보인 후 4차 실시도 사실상 확정했다. 4월 재·보선을 앞두고 지급될 전망이다. 코로나19로 실물경제가 급속히 얼어붙고 있는 상황을 내세우고 있지만, 표심도 정조준하고 있다.

여당은 어떻게든 돈을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 총선에서 톡톡히 재미도 봤다. 야당은 “묻지마 돈풀기”라고 비판하면서도 끝까지 반대 의사를 견지하지 못하고 있다. 돈의 위력을 잘 알기에 그렇다. 선거용이라고 계속 비난을 해봤자 득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여러 번 경험했다.

재정의 ‘컨트롤타워’인 기획재정부는 재난지원금 이야기만 나오면 처음엔 강하게 난색을 표명하지만, 여당이 몰아세우면 종국엔 꼬리를 내리고 있다. 한 마디로 용두사미로 전락하고 있다. 그래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두고 ‘홍백기’, ‘홍두사미’라는 말이 따라붙는다.

▲사실 재난지원금은 국민들 입장에서도 쉽사리 거절할 수 없다. 지난해 1차 때의 지급률은 한 달 만에 99.5%에 이르렀다. 돈을 그냥 주는 데 싫다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다 보니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다. 쓰고 싶은 돈은 느는데 들어올 돈은 고갈되고 있다. 증세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도 있다. 코로나 이후엔 받아먹은 것을 토해내야 할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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