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힘사와 우분트
아힘사와 우분트
  • 제주일보
  • 승인 2021.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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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허자, 광주대각사 주지·제주퇴허자명상원장

차례는 기다림이다.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는 것이다. 요즘 우리나라는 전국 어디엘 가나 깨끗한 화장실과 줄서기 문화는 참으로 잘 되어 있다. 1960~1970년대만 하더라도 화장실은 불결하기 짝이 없었고 줄서기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그만큼 삶이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남을 배려할 마음이 엄두도 낼 수 없었다.

모든 문화는 경제와 철학적 사고의 영향을 받는 속성이 있는 것 같다. 곧 배고프면 질서가 무너지고 생각이 깊지 못하면 상대에 대한 배려심이 사라진다. 우리가 요즘 인도와 아프리카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이 두 지역은 최근 많은 변화를 꾀하고 있는데 특히 경제 발전을 최우선 순위로 삼고 국민경제를 위해 대한민국의 ‘새마을운동’을 벤치마킹하고 있다고 한다.

하기야 돌이켜보면 우리나라도 한국전쟁 이후 얼마나 배고프고 굶주렸던가. 그야말로 쓰라린 굶주림을 겪고 있던 중에 요원의 불길처럼 일어났던 것이 바로 ‘잘 살아보자’는 ‘새마을운동’이었다. 당시엔 그 무엇보다도 굶주림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것이 국민 다수의 절대적 바람이었다. 동학혁명과 삼일독립만세 이후 우리 국민들이 겪었던 서민층의 문화혁명가운데 ‘새마을운동’ 만큼은 우리가 자손들에게 대대손손 물려줄 만한 자랑스러운 역사문화라 할 만하다. 이것을 인도와 아프리카 나라들이 배우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나는 믿는다. 만약 인도와 아프리카에 ‘새마을운동’과 같은 전 국민운동이 전개된다면 그들은 반드시 경제부흥을 일으켜서 미국과 중국에 이어 새로운 국제질서의 패러다임이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나는 1980년 초 동남아지역 8개국을 순방하면서 불교성지 순례차 인도를 방문했었는데 그 광활한 대지와 인도인들의 순박함, 그리고 캘커타 박물관 등에서 인더스문명을 일으켰던 그들의 심오한 역사와 삶을 돌아보고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었다. 과연 영국이 500년간이나 인도를 식민지화했지만 결국 실패로 끝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그곳에 펼쳐져 있었다. 인도인들의 의식 속에 깊숙이 자리한 ‘아힘사(비폭력)’ 정신은 고도의 철학적 사고이다.

아프리카 역시 우리가 상상도 되지 않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지역으로서 특히 오염되지 않은 천연자원의 보물창고이다.

아프리카하면 생각나는 것이 있어 소개한다. 소위 ‘우분트(ubuntu)’라고 하는 말인데 ‘우리가 함께 있기에 내가 행복하다’는 뜻이다. 이 말은 만델라 대통령에 의해서 널리 알려졌다. 아프리카 부족을 연구 중이던 어느 인류학자가 한 부족 아이들을 모아놓고 제안하였다. “저기 큰 나무에 아프리카에는 없는 딸기 한 바구니를 매달았는데 누구든 먼저 달려가 가져가는 사람이 주인이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아이들은 조금도 요동하지 않고 모두 서로의 손을 잡고 천천히 그 나무에 가서 딸기 바구니를 내려놓고 사이좋게 나눠 먹는 것이었다. 이상하게 여긴 인류학자가 그 이유를 묻자 아이들은 입을 모아 ‘우분트!’라고 대답했다. 그 뜻을 묻자 한 아이가 “다른 아이들이 다 슬픈데 어떻게 나만 행복할 수가 있나요?”라고 말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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