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 난민 소년의 위대한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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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남부 수단의 딩카족 마을 둑 빠유엘. 마을의 재판관이자 씨름꾼인 뎅 레엑은 기장과 옥수수, 양파, 콩 등을 재배하는 부지런한 가장이었다.

뎅 레엑과 그의 첫째 아내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디에우는 가족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행복한 어린시절을 보낸다. 그러나 디에우가 13살이던 1987년을 고비로 가족의 행복은 산산조각이 났다.

남부 수단의 자치권이 점차 약해지고 남북간의 싸움이 계속되면서 둑 빠유엘 사람들은 고향을 버리고 피뉴두 난민캠프를 향해 1천600㎞에 달하는 유랑길에 오른다.

디에우는 군인들이 습격한 8월의 어느날 밤, 옷 하나도 걸치지 않고 음식과 물도 지니지 않은 상태로 어머니 아버지를 잃어버린다.

수단 내전으로 집과 부모를 잃은 아이들을 가리키는 '잃어버린 아이들(lost boys)'중 하나가 된 그는 그후 2001년까지 14년간 무수한 죽음과 절망을 목격하고 체험한다.

"황혼 무렵 하이에나가 친구들의 시신을 뜯으려고 어슬렁거리며 다가오는 것도 보았다. 너무 배가 고프고 목마른 나머지 아프리카 평원에서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않은 것들을 먹기도 했다…친구들과 내가 내일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품은 날은 셀 수 없이 많았다. 신이 있다면, 그 신마저 우리가 지긋지긋해진 거라고 생각하던 시간들이었다" (17쪽)
"태양은 계속해서 우리를 구워대고 있었다. 소년들은 오줌이라도 마시려고 손에 컵을 들고 이 사람 저 사람 옮겨다니며 오줌을 눠 달라고 애걸했다. 나 역시 그들의 은혜를 구걸했다. 하지만 내게 은혜를 베풀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컵에 담은 오줌을 마시는 소년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 없었다"(145쪽)
디에우는 2001년 미국의 수단난민 이민정책을 통해 140여명의 다른 '잃어버린 아이들'과 함께 뉴욕주 시러큐스로 이주해 존 불 다우라는 이름을 갖게 된다. 185㎝의 아버지를 경이로운 눈으로 올려다보던 어린 소년은 그 사이 2m 장신의 어른으로 성장해 있었다.

그는 자서전같은 책 '신이 찾은 아이들'(미디어 윌 펴냄)에서 13살 딩카족 소년이 부모를 잃고 미국으로 이주할 때까지 겪은 고난과 그 이후의 활동을 진솔하게 적어내려갔다. 상상하기 힘든 열악한 환경에서도 자신의 존엄을 지키고 불굴의 의지로 역경을 이겨낸 아프리카인의 조용한 고집이 전해진다.

그는 미국으로 이주한 후 1년 뒤 죽은 줄만 알았던 아버지와 어머니, 네 형과 동생들이 모두 살아 수단과 우간다 경계에 있는 캠프에서 지낸다는 소식을 들었고, 2004년 가족들을 미국으로 이민시켰으며, 현재는 고향마을에 병원을 짓기 위한 모금운동을 벌이고 있다.

그의 이야기는 2006년 브래드 피트 제작, 니콜 키드먼 내레이션의 영화로 나와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관객상을 받았다. 마이클 S.스위니 유타대 교수가 글을 다듬었다.

원제 God grew tired of us. 오정아 옮김. 336쪽. 1만1천원.(서울=연합뉴스) 조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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