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묘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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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봉 수필가·시인

동창생 B의 과수원엘 찾아갔다. 입구에서부터 짖어대는 개들 소리에 귀가 먹먹하다. 혹시 줄이 풀려 달려들면 어쩌나 하여 두렵기도 하고. 그가 마중을 나오자 짖는 걸 그치더니 꼬리치는 녀석도 있다. 뭔 개들이 이리 많냐고 물었다.

이 녀석은 얼마 전에 들어온 떠돌이네. 배가 고픈지 빤히 바라보는 눈을 외면하지 못해서 거뒀고, 저 녀석은 지인이 못 키우겠다며 억지로 맡기더군. 싫다며 마다하는데 버림받을 걸 아는지 내 품에 와 안기는 거야. 뿌리칠 수 없었어. 그러다 보니 여덟 마리가 되었네. 어쩌겠나, 저들도 소중한 생명인데.”

사랑이 점점 메말라 간다고 푸념했었다. 그의 말에 훈기가 돈다. 사랑을 먹고 사는 녀석들이 행복해 보인다. 하나같이 포동포동 살도 올랐다.

애완동물이 1000만 마리 시대라고 한다. 강아지가 나를 바라보는 눈길에서, 쓰다듬는 손길에서 서로 주고받는 다이돌핀은 엔도르핀의 4000배라고 한다. 그럴 것이라는 긍정적 마음을 나도 항상 느끼며 살고 있다.

한적한 곳에 3층 집을 짓고 산다. 제법 큰 멍멍이 두 마리가 앞마당에서 지낸다. 두 녀석의 시선은 늘 3층 창문에 고정되어 있다. 그 모습에서 남아프리카의 보초병 미어캣을 떠올리곤 한다. 귀여운 작은 동물이 꼿꼿이 서서 가족을 지키기 위해 미동도 하지 않는다. 그처럼 이제나저제나 주인이 내려오길 기다리는 녀석들이 애처로워 부러 계단을 내려서곤 했다.

녀석들의 기다림은 복종을 넘어선 사랑이다. 다가가면 귀를 뒤로 넘기고 꼬리를 흔들다 못해 드러누워 배를 보인다. 가장 큰 약점 부위를 드러내어 주는 것으로 유대감을 표현하는 것이다. 아무리 맛있는 고기가 입안에 들었어도 손가락을 집어넣고 빼앗아도 순종한다.

녀석들이 먹이를 잘 먹지 않거나 아프기라도 하면 우리 가족은 생난리를 치른다. 동물병원으로 달려가고, 맛있는 고기죽을 쑤어 대령한다. 녀석들에게 받는 사랑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그 이상이기 때문이다.

생명이 있는 것은 사랑을 먹고 산다.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은 더욱더 그렇다. ‘할머니 손은 약손하며 배를 문질러 주던 따뜻한 손이 기억난다. 살살 아프던 배가 진정되었던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약손의 추억뿐인가, 할머니나 어머니 품은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안식처요 피난처다. 어떤 무서운 이야기나 번개를 동반한 천둥소리도 그 가슴을 파고들어 눈을 감으면 무서운 게 없었다. 그건 사랑의 힘이다.

할머니 손은 약손이라는 물리적인 치유가 몇 퍼센트나 될까, 우리가 받았던 것은 심리적 치유였다. 사랑의 묘약이다.

가족 간의 사랑만이 아니다. 연인과의 사랑, 우정 모두 비슷한 효과가 있다. 사랑하는 마음으로 스킨십을 하면 체온이 올라간다. 그 열은 암세포를 감소시키는 역할도 한다고 하지 않는가.

코로나19로 모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개인주의가 팽배해가고 배려하는 마음도 예전만 못하다. 주변을 한 번 더 돌아볼 가정의 달이다. 우리 모두 외로운 사람들을 생각하며 사랑을 나눠주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간디는 감사의 분량이 행복의 분량이라고 했다. 우리 주변에 보이는 모든 것, 사람과 동물, 식물과 무정물에도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대한다면 큰 사랑이 곳곳으로 퍼져나갈 수 있지 않을까. 이 좋은 5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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