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리사의(見利思義)
견리사의(見利思義)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문영호, 21C제주유교문화발전연구원장/수필가

예의염치(禮義廉恥)가 바른 사람은 비교적 청렴(淸廉)하다. 체면을 차릴 줄 알고 자기 잘못에 대한 성찰과 부끄러움을 알기 때문에 성품도 고결하고 강직할 뿐만 아니라 분수에 벗어난 재물을 탐내지도 아니한다.

논어 헌문(憲問) 편에 공자와 그의 제자 자로(子路)와의 인격완성에 관한 대화중에 견리사의(見利思義)라는 말이 한 구절 있다. 눈앞의 이득을 보거든 도리와 분수에 합당한 것인지 우선적으로 판단하라는 의미다.

지난 3월 초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 현직 직원들의 신도시 땅 투기 의혹사건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허물이 곪으면 언젠가는 터지게 마련, 그 파장은 전 공직사회로 불똥이 튀어 불법을 가려내기 위한 조사와 수사로 어수선하다.

LH뿐만 아니라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중요한 사업계획이 외부에 누설되면 엄청난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이권개입 소지가 많은 도로개설이나, 택지조성 사업, 또는 도시계획 사업 등은 더욱 그러하다. 공공기관에 재직하면서 이러저러한 정보를 얻고 사욕(私慾)을 챙길 수 있을지 몰라도 어쩌다 패가망신하는 경우를 간간이 듣고 보았지 않았던가.

공직자가 직무수행과정에서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해서 얻는 이권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관계 규정을 제정하고 있다. 이른바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이 지난 4월 말 국회 입법 과정을 통과했다. 만시지탄이다. 본 법안을 발의한 지 8년 만이라 하니 그러하다. 지금까지 지지부진한 원인은 차치하고라도 앞으로 부동산투기가 근절되는 확고한 계기가 됐으면 한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그 당시 노인 세대에서는 관존(官尊) 사상이 조금 남아 있을 때였다. 필자가 말단공무원으로 어느 관청에 초임 발령받아 근무하던 시절, 제주지역 방방곡곡에는 밀감 붐이 한창이었다. 일본에서 묘목을 들여오면서 집집마다 밀감밭 조성에 야단법석을 떨었다. 그 당시 공무원의 보수는 어지간한 개인 사업자나 괜찮은 기업체 직원들에 비하여 훨씬 못 미쳤다. 그러하니 박봉에 시달리는 공무원들을 우습게 여기는 어정쩡한 시대였다.

어머니, 제가 공무원 생활해 봐야 앞으로 자식들 키우고 살아가는 데 힘들 것 같습니다. 그래서 부업으로 00에 있는 우리 밭에 밀감을 심겠습니다. 직장 다니면서 감귤밭 경작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라고 말씀을 드렸더니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공무원이면 공무원, 감귤이면 감귤, 둘 중에 한 가지만 택하라. 과욕이다. 그러하다 보면 이것도 안 되고 저것도 안 되는 법이다.” 관존 사상에 익숙한 노인 세대의 일반적 사고였지만 반면에는 공무수행 과정에서 아들의 과욕을 우려한 고심에 찬 충고였으리라.

공자는 유가(儒家)의 정치를 법치(法治)보다 덕치(德治)에 두라고 했다. 인간의 속성인 도덕에 호소하는 것이 본질적인 해결책으로 보았다. 법은 결과를 두고 잘잘못을 따지지만, 도덕은 과정과 동기에 의해서 옳고 그름, 선과 악을 스스로 가리기 때문이다. 과욕을 부리지 말라는 반세기 전 어머니의 그 말씀이 새삼스럽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